매년 6월 이맘때면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전국에서 몰려든 출사객들로 들썩이는 곳이 있다. 바로 남평문씨 본리세거지다.
6월 이곳이 붐비는 이유는 단하나, 돌담 위 기와담장 위로 흐드러지게 핀 주황색의 크고 아름다운 꽃 능소화를 앵글에 담기 위해서다. 삼삼오오 모델까지 대동해서 커다란 대포 카메라와 각종 촬영 장비를 챙겨 능소화 앞으로 모여든다.
옛날엔 양반꽃, 혹은 부자꽃이라고 해서 양반집 돌담위에만 있었지만 요즘은 공원이나 가정집,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하지만 이곳 남평문씨 본리세거지만큼 고색창연한 멋이 묻어나는 능소화는 흔하지 않다. 한복이라도 곱게 차려입고 능소화 꽃그늘 아래에 선다면 대가집 마나님이 된 듯한 즐거운 착각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 남평문씨 능소화는 꽤 유명해서 2년 전 우체국에서 발행한 탁상용 다이어리 사진에도 실렸다. 심지어 서울에서도 능소화의 최적의 개화정도를 묻는 문의전화가 걸려올 정도라고 집주인 양반에게 직접 들었다. 귀찮은 듯 말하지만 은근 자랑과 자부심이 묻어나는 표정이다.
능소화 뿐만 아니라 마을 앞 인흥지의 아름다운 연꽃도 한창이다. 한낮의 더위가 부담스럽다면 밤이 이슥한 시간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 개구리소리와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능소화가 흐드러진 돌담길을 걷노라면 연인이든 가족이든 애정이 넘쳐나는걸 보장할 수 있다.
<취재: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