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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문화유적 탐방] 122. 현풍 휴게소(하) 500년 할아버지 느티나무
  • 푸른신문
  • 등록 2020-06-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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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지난 주 연재한 ‘영월엄씨 달성 입향조 엄계와 공신정’ 이야기에서 잠시 구마고속도로 현풍 휴게소(하) ‘소원 들어주는 500년 할아버지 느티나무’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이 500년 느티나무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아무도 손 못 대는 ‘귀신(?) 붙은 나무’로도 알려진 현풍휴게소 500년 느티나무. 이 신통방통한 느티나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구마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세상에 본격 알려지기 시작했다.  
2) 구마고속도로 현풍 휴게소(하)
세칭 ‘바운드 병’이란 질병이 있다. 이 질병은 인체가 외부에서 오는 충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으로써 발생하는 일종의 진동증후군으로, 지금으로부터 70-80여 년 전 대구와 마산을 오가는 지역주민들에게 많이 발생한 질병이다. 당시 대구와 마산을 오가는 시외버스는 비포장 자갈길을 달렸다. 버스 탑승자들은 탑승 내내 심한 충격에 노출됐고, 이로 인해 골관절에 무리가 가는 ‘바운드 병’을 얻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고통을 호소하며 무려 40여 년 간 대구-마산(창원)간 도로개선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결실이 바로 구마고속도로 개통이었다. 총 길이 86.3km인 구마고속도로는 1976년 6월 24일 착공하여 1977년 12월 17일 개통, 착공에서 준공까지 걸린 기간은 놀랍게도 17개월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개통된 구마고속도로는 공사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체 공사면적의 78%가 저습지역이자 연약지반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불량토르 걷어내고 양토를 채워 넣은 성토작업이 필요했다. 이 성토작업에 공급된 흙 양만 1,200만㎥. 이는 8톤 트럭 27만대 분으로 트럭을 한 줄로 세우면 길이가 27,000km, 서울-부산 간을 30번 넘게 왕복하는 길이였다. 그런데 그 험난한 공사과정 중, 지금의 현풍 휴게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요즘이라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될 법한 사건이었다.  
3) 마을 수호신이 깃든 나무, 아무도 손 못 대
1976년 구마고속도로 현풍휴게소 건립공사현장. 당시 이곳은 현풍면 성하리 웃물문 마을 북쪽 지역이었다. 휴게소 건립을 위해 마을 일부가 철거됐고, 마을 당산나무였던 500년 느티나무도 곧 제거될 계획이었다. 당산나무 제거는 고속도로 건설이라는 대공사 과정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500살 당산나무는 애초 공사계획과는 달리 잘려나가지 않고 지금껏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리는 전설 같은 사연 말이다. 
당시 공사업체에서 느티나무를 베기 위해 불도저를 작동시켰는데, 어찌된 일인지 느티나무 앞에만 가면 불도저가 작동을 멈췄다고 한다.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자 결국 공사업체 측에서 나무제거를 포기했다. 이런 사연으로 500년 느티나무와 느티나무가 자리한 동산이 지금처럼 살아남은 것이다. 
마을에서는 또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어느 해 정월 마을 동제를 지내기 위해 느티나무 아래에 제상을 잘 차려 놓았는데, 느닷없이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멧돼지는 제상을 뒤엎고 제단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잠시 후 멧돼지는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다. 즉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마을주민들은 모두 마을수호신이 노해서 멧돼지를 벌한 것이라 받아들였다.
4) 성하리 웃물문마을 느티나무 당산목
과거 우리네 전통마을에는 ‘성황당·당산’ 등으로 불리는 마을제사를 모시는 신성한 공간이 있었다. 마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상당·중당·하당’ 하는 식으로 2-3군데 정도가 있었다. 이곳에는 여러 종류의 ‘마을수호신’이 모셔졌는데 마을 샘물을 관장하는 용왕신, 산신, 토지신, 마을을 처음 일으킨 입향조 신 등이다. 마을제사는 보통 정월 15일 자정을 전후해 행해졌다. 제사가 끝나면 마을 풍물패들이 중심이 되어 가가호호 방문하여 축원과 액막이를 기원하는 지신밟기와 마을주민들과 한데 어울리는 판굿[놀이마당]을 벌리곤 했다.
현풍휴게소 느티나무는 성하리 웃물문 마을 당산나무다. 다행이 우리지역에는 아직도 마을제사가 행해지는 곳이 몇 곳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현풍휴게소 500년 느티나무에서 행해지는 웃물문 마을 당제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간소해졌지만 그래도 무속식·유교식 제의절차가 혼재된 우리나라 전통 마을제사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현풍 휴게소 500년 느티나무 주변에는 이 웃물문 마을 당산나무를 소재로 한 작은 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당산나무가 500년 세월동안 웃물문 마을주민들의 축원과 액막이의 대상이자 마을 수호신이었다는 점. 그리고 휴게소 건립 과정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 등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 준다’는 현풍휴게소 500년 느티나무 테마공원은 2014년 국토교통부 선정 대한민국경관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내력이 있다. 현재 보호수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는 높이 13m, 직경 1.6m 정도다. 
5)에필로그
요즘은 다방면에서 스토리텔링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풍휴게소 500년 느티나무 테마공원도 알고 보면 스토리텔링의 산물이다. 그런데 현풍휴게소에는 이것 말고도 다른 스토리텔링이 하나 더 있다. 느티나무 스토리텔링만큼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매력이 있다.
현재 달성군 현풍읍에는 ‘현풍 백년 도깨비 시장’이 있다. 예로부터 현풍시장에는 장사꾼에게는 손님을 데려다 주고, 손님들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도깨비들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시장에 손님이 많아지자 장사꾼들은 시장에 나타나 장난을 치는 도깨비들이 귀찮아졌다. 결국 도깨비들은 장난치기를 그만 두는 대신,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모습을 흉내 내는 것에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 전국의 진귀한 물건, 괴상한 물건들을 가져와 사람들과 흥정하며 장난을 치자 더 많은 사람들과 도깨비들이 현풍 백년 도깨비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깨비 중 일부가 인근 현풍휴게소로 옮겨 또 다시 장사와 장난을 시작했다. 이제 곧 현풍휴게소에도 많은 사람들과 도깨비들이 몰려올 것이다.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 e-mail: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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