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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냥 늙어 가는 게 아냐”
  • 푸른신문
  • 등록 2020-06-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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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대구미술대전 수채화 최우수상 김선희 씨
6년째 푸른방송 문화센터와 함께 해 

푸른방송 문화센터 수채화 강좌에 2015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김선희(63·달서구 송현동) 씨가 지난 10일 발표된 ‘제40회 대구미술대전 수채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작품 제목은 ‘숲의 속삭임’(116.8Cm×80.3Cm). 몇 년 전 5월에 설악산에서 봤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코로나 때문에 지친 일상에 희망을 주는 봄 풍경을 그리고 싶어 택한 소재다. 
봄 숲을 표현하기 위해 연두색을 많이 사용했고 흰색으로 물줄기를 표현했다. 푸릇푸릇한 숲 아래 바위틈으로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줄기가 모든 티끌을 쓸어내면서 봄이 왔음을 알리는 듯하다. 평소에도 낙엽 떨어지는 모습이 왠지 늙어가는 기분이 들어 가을은 좋아하지 않았고 희망의 의미가 담긴 봄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번 미술대전에서는 서양화 부문에서 대상과 우수상 2편, 특선 21편(판화1 포함) 등 81편이 수상했으며 수채화부문에서는 최우수상과 우수상 각 1편, 특선 9편 등 36편이 수상했다. 또 디자인미디어 부문에서는 우수상 1편 등 33편이, 한국화부문에는 최우수 1편 등 48편이 수상했다.
푸른방송 문화센터는 이번 미술대전에서 수채화 최우수상을 비롯해 서양화 특선(김경원 ‘오늘은 좋은날’), 수채화 입선(배영미 ‘휴식’, 이경순 ‘봄빛’, 이화선 ‘고향의 봄’) 등 수상자를 배출하여 문화센터의 수준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선희씨를 푸른방송 문화센터에서 잠깐 만났다.

- 수상 소감은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게 되어 작품을 시작했는데 약 3개월 걸려 완성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모든 걸 잊는다. 코로나가 역설적으로 큰 상을 주게 된 것 같다. 다른 분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코로나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 그림 시작은

일을 그만두고 조금 쉬다가 시작했는데 동네 화실을 갈까 하던 차에 푸른방송 문화센터 강좌가 좋다는 얘길 듣고 다니기 시작했다. 미술대전에서 상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참 잘 선택했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이전에는 웨딩샵을 약 20년 경영했었다. 웨딩샵의 메이커업도 붓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힘들었다. 특히 수채화는 물 조절이 생명인데 김상용 선생님 지도가 큰 힘이 되었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것도 행운인 것 같다.

 - 지금 하시는 일은 

푸른방송 문화센터에 수채화 강좌 나가고 있고 두 군데 정도 주부들에게 미술지도를 하고 있다. 모두 스트레스 받기 쉬운 직업을 가진 분들인데 그림 그리면서 모두 잊는다고 한다. 가르치면서 많은 보람도 느낀다. 가끔 출품도 하는데 대한민국 수채화대전에서 작년에는 우수상, 올해는 헤렌드 상을 수상했다. 

- 그림 그리면 좋은 점은

나이 들면서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사회가 어수선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꺼려지는데 그림은 모든 걸 잊게 해 준다. 나이든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다. 자식들에게도 ‘엄마가 그냥 늙어 가는게 아니야’라는 자부심도 보여 줄 수 있어 좋다. 

- 가족들은 어떤가요

큰 아들이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이희준이다. 아들도 그림을 잘 그리는데 여러차례 기부행사에 출품하기도 했다. 엄마를 많이 응원해 주고 그림 재료비도 보내준다. 

아들이 대구에서 연극하던 시절에 푸른방송 아트홀을 자주 이용했다고 하니 아들에서 어머니로 이어진 푸른방송과의 인연이 매우 흥미롭다. 건강하게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는 만남에서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노랫말이 생각났다.                 
<취재:변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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