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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양심
  • 푸른신문
  • 등록 2020-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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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영관장교 시절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OO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당시 군 위탁생을 선발하는 업무를 추진할 때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군 위탁생이란 위관장교중 지원자를 받아 선발하여 국내·외 대학에 위탁교육을 시켜 전문분야에서 복무하게 하는 제도로서 많은 간부들이 교육 받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관장교들이 전방에서 근무하다 보니 선발계획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부대여건상의 이런저런 이유로 지원서를 제출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실무자인 나는 군 위탁생 선발 가용 범위에 있는 장교 중에서 우수한 자원들을 선별하여 한명 한명에게 위탁교육 선발계획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지원 의사가 있는 인원은 그의 지휘관에게 전화를 하여 군의 인재육성을 위해 해당 장교가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건의하였다. 이렇게 하여 당시 그 어느 해보다도 경쟁률도 높았으며 우수한 위탁교육생을 선발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실무자로서 위탁교육생 선발업무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업무를 병행하여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원자 중에서만 선발하고 업무를 종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 양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 내가 실무자로 있을 때 선발한 장교들이 군이 필요로 하는 훌륭한 인재로 육성되어 우리 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슴 뿌듯하다.
나는 양심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윤동주의 서시(序詩)가 떠오른다. 내가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도 사람이기에 이해관계에 있어서 도덕적 양심이 흔들릴 때 올바른 마음을 갖도록 채찍질해주기 때문이다. 청년장교 시절에는 봉급을 받아 소대원들과 축구하고 막걸리 한잔하며 그 시절 배고픈 속을 채우다 보니 저축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부터 나에게도 아이에게 좋은 옷 입혀주고, 좋은 것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 물욕이 생길 때가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 때마다 윤동주의 시가 저절로 암송되어 나를 정화시키고 반성케 하여 양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서 시  

                      - 윤동주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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