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 아카이브 구축, 작고(作故) 예술인 유품 수집 본격 시작
대구시가 문화예술 아카이브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작고 예술인들의 유족과 원로 예술인들이 소장 자료의 기증의사를 밝혀와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가장 먼저, 오페라 운동가 이점희(1915~1991)의 아들 이재원씨는 선친의 유품 전체를 대구시에 기증하기로 했다.이점희 선생은 계성학교에서 작곡가 박태준에게 음악을 배운 것을 계기로 음악가로 성장한 한국 서양음악의 1.5세대 예술가다.일본 유학 시절, 오페라 ‘춘희’의 주역으로도 활동했고 해방 직후 귀국해, 6.25전쟁기인 1950년부터 음악학원 운영,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교수, 영남대 교수 등을 역임하며 음악인을 양성했고, 지휘자 이기홍(1926~2018)과 함께 대구시향, 대구시립오페라단 창단의 토대를 닦은 인물이다.대구시에 기증하기로 밝힌 유품은 1950년 6.25전쟁 직전 문을 연, 음악학원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 사용한 축음기와 피아노(1930년대 독일산), 강의 자료와 음악활동 기록이 담긴 영상 자료들, 6.25전쟁기 대구에 자리잡은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팸플릿, 1970~80년대 오페라 공연 자료, 포스터 원화 등을 비롯해 백여 점에 이른다.이와 함께, 대구시향 초대 지휘자 이기홍 선생의 유족도 대구시향의 전신이었던 대구현악회, 대구교향악단, 대구방송교향악단의 공연 기록이 담긴 사진과 팸플릿, 악보 등을 대구시에 기증하기로 했다.대구방송교향악단(1963년 창단) 창단 공연 때 받은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친필 사인이 담긴 축하 전보 등도 포함돼 있다.이 자료들을 통해 지방의 교향악단이지만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노력한 당대 음악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대구는 근현대 문화예술의 발산지이고 6·25 전쟁기 문화예술의 수도였음에도, 그동안 과거 예술사를 돌아볼 수 있는 자료가 집적화되어 있지 않았다. 대구시는 이번 자료 수집을 계기로, 지역 문화예술의 역사가 담긴 중요한 자료들을 보관하고 예술장르와 예술인의 가치를 재조명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이에 앞서 대구시는 올해 초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구문화예술자료 운영·심의위원회를 구성했고, 회의를 거쳐 올해 수집할 자료를 선정하고 구술기록화 사업 대상 원로예술인을 확정했다.올 한 해 동안 구술기록화 사업을 통해 재조명할 원로예술인들은 음악에 임우상(1935~), 남세진(1935~), 무용에 김기전(1935~), 영화에 김대한(1933~), 미술평론 권원순(1940~), 연극에 홍문종(1948~) 등 6인이다.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 국장은 “作故 예술인들의 유족들과 원로예술인들의 마음을 여는 과정에서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지난해 준비 기간 동안, 대구시와 작고예술인 유족, 그리고 원로예술인들이 여러 차례 소통하며 서로 신뢰감을 형성한 결과 이 같은 성과를 가져왔다”며 “대구시를 믿고 소중한 자료들을 맡겨주신 만큼 보존과 분석 과정을 거쳐, 시민들과 연구자들이 향토 예술사를 올바로 이해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료들을 개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한편, 대구시는 지난 2월 ‘대구예술’을 비롯한 문화예술 잡지 공개 수집을 통해 수백 점의 자료를 수집했고 이를 대구문화예술 디지털아카이브(http://dcarchive.daegu.go.kr)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동안 행방을 몰랐던 ‘대구예술’ 창간호와 제2호는 서울의 수집가 이인석 ㈜이랜드 서비스 대표가 기증했다. 대구시는 향후, 별도 공간을 마련해 기증자들에 대한 예우를 갖출 계획이다.<자료제공:대구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