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고 답하다] 계획보다 행동

오랜 기간 공들여 잘 하는 것보다 부족하지만 빨리 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Quick & Dirty 원칙). 덩치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건 아니다. 그러나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
과거엔 계획을 신중히 수립한 후 실천에 옮기는 것을 강조했지만 최근의 경영 혁신 이론에서는 빠른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과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부문의 본질적인 차이를 주장한다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경영 혁신 이론은 한 순간에 설득력이 없어진다. 하지만 공사(公私)를 불문하고 조직이 커지면 관료화된다는 것은 동서(東西)와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공통된 현상이다.
이와 관련하여, 신동엽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의 말(<동아비지니스 리뷰> 통권 제 31권)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과거에 계획 없는 행동은 비합리적인 주먹구구식 경영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창조 혁신을 추구할 때에는 오히려 계획보다 행동이 앞서는 방식이 훨씬 더 합리적일 수 있다. 21세기 창조 경영의 시대에는 효율성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없던 새로운 상품이나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창조 혁신 경쟁에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시장을 독점하므로 타이밍을 놓치면 낭패를 본다. 따라서 큰 방향만 정해지면 신속하게 행동하고 구체적 계획은 행동과정에서 발견하는 두잉 퍼스트(Doing First)가 훨씬 합리적이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리얼 옵션 전략(real option strategy)이나 리얼 타임 기획(real time planning)을 도입하고 있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본 한국 기업문화의 특징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다고 하는데,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되어 소개한다.
상명하달 식 의사소통이 만연한다. 윗사람은 말하고 아랫사람은 적는다. 회의를 좋아하지만 내용을 보면 토론이라기보다는 일방적 지시인 경우가 많다. 회의한 것을 ‘일했다’라고 생각한다. 회의 자체를 성과로 착각한다. 공사(公私)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상사에게 개인적인 충성심을 요구하는 조직 문화다. 정기적인 회식과 친목 모임에도 불구하고 진솔한 소통은 없다. 한국 사회는 각종 소규모 모임의 천국이다. 하지만 구성원들끼리 진정한 소통은 부족하다. 사내 메신저와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으로 업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많다. 음주와 흡연에 관대하다. 누군가에 바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일하는 경향이 있다. 전투적으로 컴퓨터 자판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채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파워포인트 작성할 때 내용보다 포장에 치중한다. 야근이 일상화되어 있다. 야근의 대부분은 상사에게 성실하게 보이려는 행동에 불과하다. 학연, 지연, 근무연 등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