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청답]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맥락과 가치관

靑問靑答: 청년이 묻고 청년이 답하다

연말연시를 맞아 청년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한차례 공채 시즌이 지났기 때문이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그 나름의 고민이 있었고 취업에 성공하지 못해 또다시 취업 준비 레이스를 진행해야 하는 청년들도 고민이 깊었다. 특히 최근 코로나 상황과 4차산업과 연계하여 기업들이 공채를 줄이거나 없애고 수시 채용과 경력 중심으로 취업을 전환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취업 성공에 대한 체감 난이도가 버겁게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다. 연말을 맞아 2021년 하반기 공채 시즌에 취업에 성공한 청년과 취업에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청년들을 따로 만나 대담할 기회를 가졌다.

유통 대기업과 글로벌공사를 수주한 중공업 두 대기업에 동시 합격한 A
청년 A는 모 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멘토-멘티의 관계로 처음 만났다. 멘토링 시간에 언제나 일찍 와서 질문을 정리하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A의 질문은 여느 친구와는 다르게 상당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그런 A가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이름만 들으면 요즘 청년들이 가장 선망할 만한 대기업이었다. 초봉 연봉도 지역기업을 웃도는 4,300~4,700여만 원 수준이었다. 축하한다는 문자에 A는 고민 상담을 요청해왔다. 취업에 성공한 것은 분명히 기쁜 일이지만 두 군데 합격통지를 받아놓고 갈팡질팡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인들에게 여러 의견을 물어봐도 답이 명확하지 않았고 마침내 필자에게까지 고민 상담을 해온 것이다. 1년 동안 지켜본 A는 논리적이고 성실한 경영학과 학생이었다. 지병이 있으신 부모님의 노후에 대한 책임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빠른 시간에 자본금을 모아 자신만의 사업과 투자를 하고 싶다고 했다. 목표도 명확했고 액션도 지속적이었다. A가 회사에 들어간 이유는 오로지 자본금 즉 씨드머니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A는 그 기업이 어떤 기업이 되었든 5년 안에 퇴사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그의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면 퇴사 즈음 그의 나이는 30대가 된다. A는 전체 평균 4.5점 만점 학점 중 4.3점을 취득했고 교내외 장학금으로 학교에 다니는 동안 2천만 원 이상의 지원을 받았다. 충분히 좋은 두 회사, A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3년째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B
오랜만에 B의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주였다. 비구직니트 청년들을 위해 한 복지센터에서 마련한 상담 자리에서 필자를 처음 만났다. 수화기 건너로 들려온 목소리는 밝지 않았고 우울함이 묻어났다. B는 지방의 공기업에 취업하고자 해당 시험을 3년째 준비 중인 20대 후반 청년이었다. 수험기간이 길어지자 B는 의욕도 떨어졌고 많이 지쳐가고 있던 터였다. B가 취업하길 원하는 공기업은 명확히 정해져 있다. 하지만 경쟁률이 수십 대 1을 넘어선다. 올해도 결국 B는 목표한 공기업에 취업하지 못했다. 서류 심사를 통과했고 대면 면접까지 갔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B는 4년 차 공기업 준비를 해야 할지 아니면 이제 공기업 준비는 그만하고 취업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B는 또다시 지원을 해야 할까? 아니면 이제는 바로 일을 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할까?

결정을 무시할 수 없는 맥락
상담 현장에서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있다. 청년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려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그 상황속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자주 간과하곤 한다. 눈앞의 어려움에 매몰되면 그 어려움의 벽에 작은 구멍을 낼 수 있는 작지만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자신 주변에 혹은 이미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간과한다. B의 경우 가장 중요한 맥락은 1년이고 2년이고 더 준비해도 괜찮은 경제적, 심리적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지의 여부이다. 만약 합격이 유예되더라도 그 시간을 버텨내고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심리적 지원 네트워크가 마련되어있다면 재도전은 환영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하지만 경제적인 상황이 도저히 받쳐주지 않거나 심리적으로 깊은 좌절과 우울감에 빠져있는 상태라면 시험에 대한 재도전은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가 있다. 현장에서 정말 많은 공시생을 만났다. 수험기간이 길어지면서 수험생은 공시 낭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대학입학보다 어쩌면 더 힘든 취업이라는 난관 앞에 하염없이 절망과 우울의 늪에 빠지게 된다. 매직넘버는 없다. 다음 해에 합격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도전에도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이 마련되어있느냐가 도전에 동반되는 실패에 대한 방어막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상담의 시작은 늘 맥락의 파악이다. B는 자신의 생활비를 자신이 벌어 충당해야 했고 아픈 홀어머님이 계셔서 부양해야 하는 상황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상태였다. B는 우선 지금 취업 가능한 회사를 알아보기로 했다.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가치관과 목표
나쁜 상황에서 선택을 내릴 때도 고민이 되지만 좋은 상황에서 선택을 내릴 때도 고민이 된다. 주어진 선택지 중에 최선의 선택을 내리지 못했을 때 잃게 되는 효용이 바로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A에게는 두 회사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의 우선순위를 정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지금, 이 순간 선택을 내려야 하는 바로 이때 그 선택의 판단 기준은 바로 자신의 우선순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A의 목표는 최단 시간에 근로소득을 통한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후에 그 종잣돈을 미니상가, 주식 등의 재테크 포트폴리오로 현명하게 굴려 본인이 원하는 재정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전쟁터에서 싸우는 것을 우리는 전략이라고 하고 그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작은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 세우는 것을 전술이라고 한다. 수많은 전술들이 모여 큰 대전의 전략이 된다. 청년들이 취업하고 취업 이후의 커리어를 진척, 개발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전술이라면 그 모든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전략에 가깝다. 그리고 이 전략은 가치관의 우선순위 위에 마련될 때 선택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최소화될 수 있다.

12월 청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청년정보꿀팁
청년워크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지금 바로 청년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대기업, 중견기업, 공기업도 좋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성장 기회가 열려있는 지역의 강소기업들이 있다. 해당 사이트를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를 권한다.
https://www.work.go.kr/jobyoung/main.do

추 현 호 대구청년정책위원회 위원 / e-mail: ilmare16@naver.com

2019청년진로콘서트의 모습가치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것이 첫번째_추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