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주인의 행복한 음식 ‘감삼동 찌개집’


자주 다니는 골목길에 하얀 건물에 작은 나무 간판이 홀로 매달려있는 집이 있다.
나무 간판에는 ‘감삼동 찌개집’… 단아한 외관에 정직하고 자그마한 간판, 동네 이름과 메뉴를 상호로 쓰는 흡사 100년 전통의 노포에 온 듯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감삼동 찌개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게에 들어서니 찌개집에 어울리지 않은 듯한 깔끔한 실내에 경쾌한 노랫소리와 젊어 보이는 사장님이 나를 반긴다.
찌개집이라 하면 엄마 같으신 푸근한 아주머니가 맞아주실 거로 생각한 내 고정관념은 일순간에 무너지고, 젊으신 분이 찌개집을 선택하셨는지 궁금증이 피어났다.
사장님께서는 원래부터 한식이 자신 있었는데 주변에서 반대가 심해 죽전네거리에서 라면집을 하셨다고 한다. 라면집으로 티브이에도 수차례 소개되어 돈도 벌었지만, 한식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지지 않아 결국은 이곳에서 찌개집을 오픈하셨다고 한다.
“내가 자신 있게 대접할 수 있는 음식보다 장사하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은 손님들에게도 미안하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사장님은 행복해 보였다.
메뉴는 상호에서 보듯 김치찌개, 된장찌개… 우리가 생각하는 찌개류다.
이 가게에서는 모든 메뉴가 1인분씩 따로 주문이 가능하다. 아니 2인분을 주문해도 각각 나온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한 그릇에 같이 먹는 게 찜찜하기도 하고 메뉴 통일의 신경전도 없으니 이석이조.
그리고 찌개 하나를 주문하면 사이드로 이 가게의 자랑인 두루치기 추가할 수 있다. 보통 찌개와 두루치기는 메인 메뉴이기에 같이 먹기 부담스럽지만 2,000원만 추가하면 이 가게를 맛집으로 소문낸 일등공신 두루치기를 맛볼 수 있다.
주문을 마치니 내가 좋아하는 달걀부침이 포함된 6가지의 밑반찬이 준비되었고, 양이 적으니 언제든지 더 달라고 불러 달라고 하신다.
나중에 사장님이 하신 말이 푸짐하게 많이 드리면 우리도 편한데 정성스레 만든 반찬을 남기셔서 버려질 때면 속상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손님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신다.
그리고 명불허전인 두루치기의 비법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산 재료만 쓰고 들어오실 때 주방 못 보셨어여? 저희는 불 맛 나는 소스는 안 쓰고 직접 웍질해서 직접 불을 입힙니다. 덕분에 손목이 남아나질 않네요. 하하”하고 너스레를 떠신다. 그러고 보니 들어올 때 주방에서 중국집에서나 보던 불이 천장 가까이 올라와 있어서 살짝 놀랐었다.
두루치기 자랑에 고무되신 사장님은 재료와 메뉴에 대한 자랑도 내놓으셨다.
이 가게에서 국산 말고는 찾기가 힘들며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동죽은 전라도 고산에서 나오는 동죽만 사용하신다고 한다.
애주가인 나를 간파하신 듯 저녁에만 판매되는 동죽탕은 별미 중 하나이고 드셔보시면 주량이 드러나는 마법이 생긴다고 하시며 꼭 드셔보시라고 권하셨다.
또한 우목심소찌개와 손두부 조림은 이 집의 별미 중 하나이다. 흔히 접하기 힘든 음식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되었다.
이 가게는 재방문율이 아주 높은 편이라고 한다. 재방문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오늘 그 이유를 찾은 거 같다.
편안하지만 가볍지 않고, 거창하지만 부담스럽지 않는, 자극적이지만 건강한 ‘감삼동 찌개집’ 직장인들에게는 최대 난제인 점심을, 가족들과 건강한 식사를 원하시는 분들께 감히 추천할만하다.

☞ 감삼동 찌개집 달서구 당산로41길 120 (푸른방송 뒤쪽 골목)

여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