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정감 가는 ‘동해분식’


언제나 내겐 오랜 친구 같은 사랑스런 누이가 있어요. ♬ ~~
노랫말 가사처럼 편안하고 정감 가는 분식집을 소개해 볼까 한다.
서남시장 입구 동해분식 이라는 간판 아래, 이모님 두 분이 음식 장만에 여념이 없다.
분식의 꽃 김밥, 순대, 떡볶이, 어묵이 가게 앞자리를 차지하며 손님들의 입맛을 당기게 한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김밥과 달걀을 풀어 꼬들꼬들한 면을 살린 양푼이 라면은 직장인들의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간간이 분식 메뉴로 한두 잔씩 낮술을 즐기시는 분들도 볼 수 있다. 오랜 친구 같은 분식집에서 기울이는 술잔은 서민들의 애환을 녹여 주기에 충분한 듯하다.
“비빔밥은 이제 안 하나 보네요”
예전에 자주 먹던 고기덮밥이나 떡국 메뉴가 사라진 게 아쉬운 터였다.
“힘이 들어서 이제는 못 한다. 일하는 동서도 무릎이 아파 자주 못 나오고…..”
하나둘씩 줄어드는 메뉴판이 아쉬우면서 세월의 무게가 야속했다.
주문한 김밥 두 줄이 모자랄까, 떡볶이를 덤으로 내어주시는 이모님의 훈훈한 인심과 혼자서 식사하러 온 나에게 민망할세라 앞자리에 자리하여 오늘도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신다.
처음 서남시장에서 신발가게를 하셨다고 하니 다소 생뚱맞게 들렸다.
당시 새 건물이다 보니 식당을 하면 더러워질 수 있다는 주인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신발가게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비로소 보리밥집을 열 수 있었다고 한다. 보리밥집을 이어오시다가 지금의 장소로 옮겨 10년째 분식을 운영하고 계신단다.
“여기 분식집은 단차가 있는 게 좀 신기하네요?”
“아~ 그거 처음에 우리 아들이 커피숍 하려고 높낮이 차이가 있는 가게를 얻었는데, 여의치 않아서 손님들 오면 앉아서도 먹을 수 있게 분식집을 하기로 했지.”
“고생하면 말도 다 못해~”라며 예전에 나이트클럽 앞에서 포장마차 하시던 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밤늦게 시작해서 새벽까지 하는 장사라 몸이 고달픈 건 둘째 치고라도 운전을 못 해서 새벽에 아들딸들에게 전화해 운전해야 하는 미안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고 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운전면허 시험을 결심하고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운전면허 합격하던 날 그리고 1톤 트럭을 몰고 여기저기 다닐 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았다며 그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하셨다.
동해의 붉은 해가 이 가게도 드리워지길 기대하면서 지었다고 하시는 사장님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김 여사의 억척 인생 이야기 인생 서막 3장을 기대해 본다.

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