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_木曜斷想] 바보 빅터

전 세계 수재들의 모임인 멘사(Mensa) 회장을 지낸 빅터 세리브리아코프는 어린 시절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독창적인 생각을 가진 아이였다고 한다. 수업시간에도 가끔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다 주위로부터 이상한 아이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바보 아닌 바보가 되고 말았다. IQ173의 천재가 IQ73의 바보로 살아간 세상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빅터는 남들이 아무리 바보라고 놀려도 자기만의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의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꿈을 키워갔다. 영원히 바보가 될 뻔했던 빅터를 바로 일으켜 세운 것은 레이첼이라는 선생이었다. 때로는 좌절을 겪기도 하지만 빅터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레이첼 선생을 만나 드디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또는 편향된 사회적 가치가 그 누군가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직·간접적 경험에서 오는 가치기준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때문에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고 생각과 행동이 다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가치의 다름’ 또는 ‘가치의 다양성’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사회적 편견은 한 인간을 소외시키는 주범이 될 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을 정당화시키는 잘못된 관습을 만들곤 한다. 다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또는 주류(主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바보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을 여러 사람이 바보로 만드는 일은 우리 일상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컵에 물이 반이 차 있을 때 ‘반이나 있네’라고 계속 몰아가면 ‘반이나 있는 것’이 되고, 반대로 ‘반밖에 없네’라고 여론을 몰아가면 ‘반밖에 없는 것’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벌어지는 SNS에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에 대해서 명확한 근거도 없이,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없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지속적으로 유포하면 거짓이 진실을 호도하기도 하고 이것이 지나치면 한 사람을 파멸로 몰아가기도 한다. 여기에는 보다 자극적인 것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심리도 약간은 작용하게 되는데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착각하는 이런 태도는 되돌아 봐야할 일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모두 제 나름의 존재가치가 있다. 자신만의 가치를 꿋꿋이 지켜 나가는 것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길이다. 그리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거나 보려고 하지 말고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고 객관적 사실을 보려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대화와 타협, 양보와 존중이 그래서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

변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