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옥상텃밭 고추농사의 즐거움

네 자매의 특별하고 건강한 노후

화원 대곡역 근처 아파트에는 아주 특별한 네 자매가 산다.
막내 김은희(63) 씨를 비롯해서 네 자매가 한 아파트에 그것도 모두 15층에 산다. 심지어 김은희씨는 첫째언니와 현관문도 나란히 마주보고 있다.
이들이 모두 같은 아파트 15층에 사는 이유, 바로 옥상텃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독특하게도 꼭대기 15층 입주자가 옥상을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첫째언니가 분양받아 가장 먼저 이사 왔고 옥상에서 농사를 지어보니 너무 재미가 좋아 동생들을 하나 둘 불러들였다고 한다. 막내동생 김은희 씨도 8년 전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는데 작년에 10평 남짓한 옥상 텃밭에서 고추를 무려 20근이나 땄다고 한다.
아파트 옥상에 싱싱한 고추를 주렁주렁 매단 고추밭이 있는 게 기자가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올해는 장마가 길어 탄저병도 있고 작년만큼 수확량이 좋지 않을 거라 걱정하는데 기자가 보기엔 고추풍년이었다. 빨갛게 익은 고추는 가정용 식품건조기를 이용해서 말린다고 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벌레가 잎을 갉아먹지 않게 새벽이고 밤이고 수시로 올라와 벌레를 잡아주는데 수고롭지가 않고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단다. 이번 코로나사태 때문에 밖에 못 나갈 때도 옥상에 올라와 고추를 돌보면 시간이 잘 갔다고 한다.
옥상에서 앞 동에 있는 언니를 부르니 고추를 따던 언니가 대답하는 정말 희한한 상황이 연출됐다. 아파트 옥상텃밭에서 고추농사를 지으면서 재미나게 살고 있는 이들 네 자매의 건강한 노후가 무척이나 특별하게 느껴졌다.
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