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청에 진심을 담다. 카페 ‘프렌즈’


처음엔 흔한 동네 카페로만 생각했던 ‘프렌즈’카페는 나의 일상에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몇 년간 하루 평균 4~5잔씩 마시는 커피로 더부룩함과 불면증을 달고 살면서도 사람 만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지난해 제법 쌀쌀해진 늦은 가을 쯤 우연히 들어간 동네 카페 계산대 앞에서 머뭇거리는 내게“괜찮으시면 생강차로 드셔보세요.”라는 말이 시작이었다. 생강차라 해도 기성품으로 나오는 분말로 탄 맑은 생강차나 팩으로 우려낸 차겠거니 하고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던 순간, 웬걸! 마치 카푸치노를 연상케 하는 뽀얀 우유 거품만 보이고 생강차는 보이지 않았다. 착각하고 카푸치노를 주셨나 싶어 입김으로 거품을 불어내고 한 모금 마셔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분명 진한 생강차가 맞다. 그것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게 장난이 아니다 싶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톡 쏘는 진한 생강차 특유의 목 넘김이 기분까지 좋게 한다. 두세 모금 마셔보고 왜 우유 거품이 올려 져 있는지 그제야 알았다. 알싸하고 진한 생강차의 맛을 우유 거품이 기가 막히게 중화시키고 있었다. 덕분에 부드럽고 고소한 맛까지 덤으로 따라오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날 이후 그곳은 나의‘최애 카페’가 되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일부러 이곳을 약속 장소로 잡으며 이런저런 차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물론 이곳엔 생강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딸기, 자몽, 청귤, 한라봉, 유자, 백향과, 레몬, 석류, 오미자, 라즈베리, 대추 등 신선한 제철 과일과 열매로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수제청을 담그고 있다는데, 첨가제 없이 오로지 재료들마다 다른 숙성기간에 맞춰 판매를 하다 보니, 기간을 넘겨 발효가 돼버린 청들은 미련 없이 폐기 한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 블랜딩차도 이 카페만의 특색이다. 맛이 다른 두 가지 커피를 섞어 만드는 블랜딩 커피는 많이 알고 있지만 블랜딩차라니 생소하다. 예를 들면 대추와 생강, 생강과 유자, 석류와 레몬, 딸기와 라즈베리 같은 전혀 다른 두 가지 이상 청을 섞어 만든 차들로, 강한 맛과 부드러운 맛, 신맛과 달콤한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그냥 먹을 때 보다 더 재미나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청귤청이라며 귤이 다 익기 전 진녹색 상태의 귤로 담근 청이란다. 청귤청은 말 그대로 노랗게 익기 전 청귤을 9월~10월쯤 제주에서 직접 공수해 와 담그는데,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청이라고 한다. 그 맛과 향이 지금껏 만든 수제청중에서 단연 으뜸이기도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가 없다니, 돌아오는 올 겨울에는 꼭 한번 맛보러 와야겠다. 그리고 봄이 오는 요즈음에 즐길만한 차로는 백향과를 추천한단다. 열대성 과일인 백향과는 백가지 과일 맛이 난다 해서 그렇게 불린다는데, 이름만큼이나 여러 가지 맛과 향이 나기도 하지만 입안에서 팡팡 터지는 새콤한 맛 덕분에 입맛도 살아나고 기분까지 좋아지게 하는 맛이라 한다.
수제청은 사실 만들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과일에 설탕을 적절하게 섞어 숙성만 시켜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보관이 어렵고 또, 여러 종류를 담아두기에는 부담이 된다. 그래서 수제청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프렌즈’카페에서 원액을 구입해 집에서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주소 : 달서구 와룡로32길 118 프렌즈 / 수제청 주문 및 문의 : 053-633-7004

전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