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풍백년도깨비시장에서 사이소∼


‘오이소, 보이소’

편리함과 최저가로 온라인 쇼핑이 대세지만 직접 물건을 보면서 고를 수 있고 흥정도 할 수 있는 재래시장의 매력도 여전히 건재하다. 요즘 새롭게 뜨고 있는 달성군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을 다녀왔다.
1918년 문을 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은 올해로 102년이나 되었다. 그래서 이름도 백년도깨비 시장이다. 도깨비라는 단어는 도깨비가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근심과 걱정을 먹고 행복을 나눠준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골목에 장날(0, 5)이 되면 도깨비가 마치 요술을 부린 듯 수백 개의 난전들이 빼곡히 들어서는 정말 엄청난 규모의 장이 선다.
다른 시골 오일장들이 쇠락해가는 반면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이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경제자유구역인 테크노폴리스에 젊은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한 달성군은 현풍의 이름을 딴 현이와 풍이의 도깨비 캐릭터가 재미있는 청춘난장을 세워서 전통과 젊음이 공존하는 시장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청춘난장은 컨테이너 박스를 층층이 이어붙이고 쌓아서 만든 24개의 청년 창업공간으로 먹거리와 소품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컨테이너형 청년몰로는 전국 최대 규모이며 이곳의 가장 유명한 소갈비찜은 대기번호표를 받아서 줄을 서야 할 만큼 인기몰이중이다. 기자도 소갈비찜을 먹으려다 포기하고 대신 또 다른 맛집인 소구레국밥을 찾아 나섰다. 시장 안에는 소구레국밥 골목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이곳 소구레국밥은 매우 유명하다. 소구레는 소의 가죽과 껍질 사이의 아교질 같은 부분을 일컫는데 이 소구레와 선지, 토란과 우거지를 넣고 푹 끓인 국밥이 아주 맛있다. 시장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서 맛보도록 하자. 떡볶이, 똥집튀김, 어묵 등 맛있는 길거리 간식도 많아서 방금 소구레국밥을 배불리 먹었음에도 이것저것 다 사고 싶어진다.
달고 싱싱한 수박을 한통에 3천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파는 트럭을 만나 두덩이 사고 눈깔 반들반들한(파는 아지매의 표현) 생물 고등어도 사고 배추도 샀더니 손수레가 미어터질 듯하다. 떨이라면서 원래 담긴 것보다 두 줌이나 더 얹어주는 고추 파는 할머니의 손길에서 시골 오일장의 정취가 느껴진다.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 사는 재미가 가득한 현풍백년도깨비시장, 다음 장날이 또 기다려진다.

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