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의 원망이 담긴 ‘소(沼)바위 이야기’

낙동강 둑에서 바라본 소 바위 전경(다음 블로그에서 발췌)

가을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화원유원지에서 달성보 쪽으로 달리다 보면 달성군 옥포면 교항리에 화가 난 듯 툭 튀어나온 바위산이 눈에 들어온다. 바위산을 휘돌아 강물은 유유히 한없이 멀어져 간다. 애절한 누이의 한은 강물을 따라 소리 없이 흘러간다.
달성군에서 가장 넓은 한밭들과 마갯들이 있는 옥포면 교항리에 옛날부터 전해오는 슬픈 전설이 있다. 낙동강 변 부근은 몇 년 전만 해도 장마철이 되면 어김없이 동네 전체가 물에 잠기곤 했었는데, 그때도 아마 장마철이었으리라.
옛날 옛적에 옥포면 간경리에 한 부부와 시집갈 나이가 된 여동생이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어느 해 여름비가 몇 날 며칠 계속 내려 낙동강 물은 자꾸만 불어났다. 언제 제방이 넘칠지 몰라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만 논과 밭이 물에 잠기게 되었다. 홍수가 나면 아까운 곡식들이 떠내려갈까 싶어 세 사람은 여동생에게 물려주기로 한 논의 물부터 빼어내기 위하여 들판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잠긴 논의 물을 빼고 있을 때, 그만 세찬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강둑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자 태산 같은 홍수가 들판을 휩쓸며 세 사람에게 들이닥쳤다. 갑자기 당한 일이라 미쳐 피할 틈도 없이 물살에 휩쓸려 정신없이 떠내려가고 있던 오빠는 강가에 튀어나온 바위를 재빨리 붙잡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내와 여동생이 허우적거리며 떠내려오고 있었다. 한 손으로 두 사람을 동시에 붙잡기는 역부족 이어서 어쩔 수 없이 손에 먼저 잡히는 아내를 구하고 다시 손을 뻗어 여동생을 구하려고 했지만, 동생은 이미 강물에 휩쓸려 아래쪽으로 떠내려가고 말았다.
동생을 구하지 못한 오빠는 발을 동동 굴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동생을 구하지도 못하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마을 사람들이 물에 떠내려간 여동생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지어 불렀다고 한다.

능청 휘청 저 벼랑 끝에
무정하다. 우리 오라버니
나도 죽어 저승 가서
낭군부터 섬기려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내기를 하면서 불렀다고 하는데 이제는 잊혀져 가는 슬픈 전설이 됐다.

※ 이 바위를 소 바위라고 부르는 이유는 흘러 내려오던 물에 패어 물웅덩이가 생겼다고 해서 소 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이윤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