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시장의 절대강자 ‘샤인머스캣’

머루포도의 최대산지인 영천에서 17년째 포도농사를 지어온 동갑내기 정영수·홍정민(43세) 부부는 5년 전부터 샤인머스캣(Shine Muscat) 품종을 재배했다. 샤인머스캣의 매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아내가 남편을 설득해 5천평 포도밭 중에서 절반인 2500평에 기존 머루포도를 다 캐내고 샤인머스캣을 심은 것.
대학교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맏이인 정영수씨는 군대를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포도농사에 뛰어들었다. 아내 홍정민씨는 같은 대학 같은 과 친구였다. 결혼할 때만 해도 포도밭 근처에는 얼씬도 안하게 해주겠다는 남편의 다짐과는 달리 지금은 함께 포도밭으로 출근한다. 샤인머스캣 재배도 먼저 권유한 사람이 아내일 정도로 농사일에 확실한 내조와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한다.
기존 머루포도보다 훨씬 일손이 많이 가는 샤인머스캣은 지베렐린(성장촉진제) 작업과 알 솎기 작업도 단기간에 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훨씬 힘들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인머스캣 재배농가가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는 일반포도에 비해 가격이 두 세배 높기 때문이다. 2kg 한 상자가(세 송이들이) 3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니 한 송이 당 만원인 셈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아삭아삭한 식감과 단맛이 끝내주고 특별한 향과 함께 껍질째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밭에서 금방 따서 먹어보니 정말 아삭하고 달달했다. 잘 익은 망고 맛이 난다고 해서 망고포도라고도 불린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좋다보니 입소문을 타고 대부분 직거래로 거래된다고 한다. 취재를 간 날도 전국에서 밀려든 주문으로 택배포장 한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포장기술도 정말 신기했다. 특수 제작된 에어백에 샤인머스캣을 넣고 공기주입기로 공기를 넣으니 에어백이 부풀어 오르면서 포도송이를 완벽하게 감쌌다. 이렇게 포장된 포도는 단 한 알도 상하지 않고 최상의 상태로 익일 배송된다. 배송관련 컴플레인이 단 한건도 없다고 한다.
2003년 태풍 매미 때 수확을 일주일 앞둔 포도나무가 다 쓰러져 엄청난 피해를 입고 큰 좌절을 겪었지만 정성껏 키운 포도가 예쁘게 잘 자라주었을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는 정영수씨는 천상 농사꾼이다. 포도만큼이나 예쁜 아내와 함께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며 부농의 꿈을 일궈가는 그들 부부를 응원한다.

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