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쇼 진품명품’에 정조의 ‘효유윤음曉諭綸音’ 한 권이 소개되었다.
윤음綸音은 왕이 백성에게 내리는 문서를 말한다. 지금의 대통령 담화문과 비슷한 성격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모든 백성을 상대로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일정한 지역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한 적도 있었으며 그 내용도 흉년에 백성을 구제하는 일부터 세금 탕감을 포함한 경제적인 내용까지 다양했다고 한다.
효유윤음은 가짜 윤음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해소하고 백성의 동요를 막기 위해 정조 즉위해인 1776년부터 1784년 사이에 정조가 내린 3건의 윤음을 엮은 것이다. 정조는 “관찰사나 수령의 지시가 아니면 동요하거나 유언비어에 휩쓸리지 말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장엄한 어조로 윤음을 내렸다. 조선시대 왕의 권위를 고려한다면 백성들에게 주는 영향력이 지금의 담화문보다 조금은 더 컸으리라 짐작된다.
가짜뉴스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면서 사회를 혼란시켰다. 일본의 관동재지진이 발생했을 때 조선인에 대한 유언비어는 대량 학살의 비극을 초래했을 만큼 그 폐해 또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가짜뉴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끼어들었고 교황을 대상으로 하여 만들어 지기도 했다.
진짜의 탈을 쓴 가짜뉴스는 지금도 사회를 혼란시키고 있다. 가짜뉴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에 더해져 심리적 공포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지만 특히 현재의 가짜뉴스는 IT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가짜뉴스와는 큰 차이가 있다. 뉴스를 접하는 통로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SNS, 포털 등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지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가짜뉴스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더 사회를 어지럽히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서 가짜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 가짜뉴스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악 중의 하나이다. 가짜뉴스의 근절을 위해 정부나 학계 뿐 아니라 IT관련 기업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가짜뉴스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의 개발,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 등 다양한 해결방안이 나올 것이다.
가짜뉴스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뉴스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뉴스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내가 믿어왔던 것, 내가 원하는 것만 보려는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각도에서, 객관적 시각에서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적어도 가짜뉴스에 무비판적으로 휩쓸리지는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