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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이쁜 부하
  • 푸른신문
  • 등록 2020-03-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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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입장에서 본 바람직한 부하는 어떤 부하일까?꽤나 궁금증을 자아내는 질문이다. 이에 대하여 공감가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세상의 모든 상사는 이런 부하가 이쁘다’(전미옥)는 글이다.상사와 부하는 상·하 관계 이전에 결국 냉엄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다. 이성보다 감정과 감성의 울림이 결국 더 클 수밖에 없다. 능력 있고 예의가 깍듯하나 곁을 안 주는 부하보다는 인간적인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는 부하 직원이 상사는 더 좋다. 자주 힘들고 지치는 사회 생활 속에서 살갑게 대하여 나를 웃게 하는 직원은 이쁘다. 갑작스레 다음 날까지 꽤 많은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일을 앞두고, 갑자기 후배에게 도와 달라 말하기도 어려워 혼자 일을 하고 있는데 돕겠다고 남는 부하직원, 어찌 이쁘지 않겠는가. 상사 주머니를 배려하는 부하도 감동이다. 매번 부하직원들 밥값, 술값을 내는데 같은 월급쟁이 입장에서 벅차다 싶을 무렵, 한 부하가 “비싼 건 못 사지만 오늘 점심은 제가 쏠게요!” 하는데 눈물이 다 났다고 한다. 매번 밥을 사도 잘 먹었다는 말 한 마디 없는 부하들이 대세인데 부하가 사는 6천 원짜리 가정식 백반은 그 어떤 고급요리보다 더 맛있었다고 한다. ‘든든하다’는 느낌은 바로 이것, 단순히 계산된 아부만으로는 전해지지 않을 감동이다.부하는 상사에게 왜 칭찬은 안하고 늘 잘못만 찾아내느냐 하지만 그건 부하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예외적인 부하를 만나면 감동이다. 상사 보기를 미운 시어미 저리 가라 하게 보는 부하가 대부분인데, 씀벅씀벅 무심하게 내던지는 말 속에 화끈한 칭찬을 담는 부하의 기술은 메마른 마음에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를 내리게 한다. ‘잘 들어가셨습니까?’ ‘잘 먹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 ‘굉장하시네요’ 하는 말을 적절하고도 부드럽게 구사하며, 좋은 점, 잘한 일을 찾았을 땐 주저 없이 칭찬한다. 상사도 실수를 하고 모르는 것이 있다. 기회는 이때다 하고 달려드는 부하보다 조용히 기다리고 믿어주는 부하가 이쁘다. 그 믿음에 답하려고 더욱 고군분투하게 된다.말 안하면 모른다. 말해야 안다. 대부분 충돌없이 ‘Yes’하면서 뒷담화에 익숙한 부하는 충격이다. 차라리 좀 표현이 거칠고, 예의 없고, 때로 말도 안되는 것 같아도 앞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부하가 더 좋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OO님, 저 할 말이 쌓였는데 퇴근 후에 소주 한잔 사주세요”라고 말해보자. 상사는 긴장한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들을 준비를 한다. 함께할 자리를 청하는 부하에게 야박한 상사는 거의 없다. 상사는 자신에 대한 불만이나 비난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을 믿고 고민까지 털어놓는 부하를 미워할 수 없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부하보다 무슨 말이라도 자꾸 하는 부하가 좋은 건, 상사가 리더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쉽게 찾아주기 때문이다. 사적인 대화에서도 상사를 소외시키지 말자. 공적이든 사적이든 이렇게 저렇게 쌓인 시간들이 서로간의 신뢰와 응원을 배가시킨다.지나치게 과묵한 부하들이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업무는 잘 진행되는지, 궁금한 건 없는지, 얼굴색이 좋지 않은데 무슨 일이 있는지… 상사는 부하 직원에 대해 알고 싶지만 참견하는 것 같아 섣불리 묻기도 어렵다. ‘바쁜데 웬만한 건 좀 알아서 하지’라며 조금은 귀찮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 없이 일하는 직원은 불안하다고 한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줄 아는 직원은 상사에게도 자극이 된다. 질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민한다는 것이고, 해답을 찾은 직원은 그 일에 있어 실수도 없고, 문제가 발생해도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함께 대비책을 세우는 등 처음 주어진 일보다 더욱 꼼꼼하게 발전시켜 가는 직원, 상사는 기분 좋은 긴장을 하게 된다.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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