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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아내 사랑
  • 푸른신문
  • 등록 2020-02-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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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한 말은 대단한 탁견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흔히 과감하게 혁신하고 변화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에 더 주목한다. 그는 이미 그 오래 전에 아내가 그만큼 가정에서 소중하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외국의 경우이긴 하나, 이런 멋진 얘기는 우리 남자들이 한번 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봄직 하다. 영국의 유명한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7년간 지휘하며 명문 축구 클럽으로 만든 명장 퍼거슨 감독이 2013년 5월13일 은퇴를 했다. 그는 기념행사에서 “팀이 가장 강할 때 떠나기로 했다”라고 하였지만 진짜 이유는 자신의 아내 캐시 퍼거슨(75세)이 처형의 죽음으로 많이 상심해 있어 자신의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은퇴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나의 아내는 가족의 리더였고, 세 아들을 키워내며 자신을 희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맨유 홈페이지에 “아내는 나의 경력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감동적인 말을 남기고 평범한 가장으로 돌아갔다.이런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2013년 캐나다 오픈 골프대회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던 프로골퍼 메이헌이 아내의 출산으로 중간에 기권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는 이야기도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조금만 더 참고 1위를 해서 “거액의 상금과 트로피를 안고 병원으로 가면 되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골프 우승은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아내가 출산으로 힘들어하는 지금 이 순간 그녀 옆에 내가 있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결국 남편은 아내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사설이 길었던 것 같다.  아내란 말은 ‘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안에 있는 해, 바로 집안의 태양이란 뜻이고, 한자(漢字) 풀이로 여보(如寶)는 ‘보배’와 같으며, 당신(當身)은 ‘내 몸과 같다’라는 의미다. 마누라는 ‘마주보고 눕고’, 여편네는 ‘옆에 있네’ 라는 좋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미식축구에서 같은 편 선수들 끼리 스크럼을 짜고 있는 경우처럼 아내와 남편은 함께 스크럼을 짜고 있다. 건강 악화 등 문제가 생겨서 한쪽이 무너지면 나머지 한쪽도 함께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고 부부 모두가 건강할 수 있도록 서로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아내란 밥 한 끼보다 “사랑해” 한마디에 더 행복을 느끼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우며, 자신의 엄마가 보고 싶어도 자신이 엄마라는 이유로 엄마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노후 생활의 행복도, 장수도 부부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니 아내에게 잘하는 것은 곧 자신에게 잘한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편들은 직장생활 등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면서 상대적으로 아내와 가족에게 소홀하기 십상이다. 그런 남편이 은퇴시기에 아내와 가족에게 다가가는 비결 중 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요리를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한국 은퇴자들의 시간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남성이 가사 활동에 쓰는 시간은 여성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 남성의 가사활동 시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자녀를 키우고 난 후 집안일에서 은퇴하기를 원하는 아내에게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두번이라도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남편의 모습은 큰 선물이 될 수 있다.작은 노력에서 행복한 노후의 바탕이 되는 좋은 관계가 시작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번 주말에는 행주치마를 두르고 아내를 위한 요리를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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