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스트레스에 살해 시도한 70대 할머니, 집행유예 선고 [사진=AI생성이미지]
양육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11살 손자를 살해하려 한 70대 여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반인륜적 범죄임을 지적하면서도 피고인의 정신적 고통과 가족의 선처 탄원을 일부 참작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도정원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72)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3일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잠자고 있던 손자 B군(11)을 가죽 벨트로 질식시키려다 미수에 그친 뒤, 흉기로 옆구리를 찌르며 재차 살해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16년부터 아들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며 B군의 양육을 도왔다.
B군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었으며, 자해 시도나 폭력적인 행동을 자주 보여 가족 모두가 큰 스트레스를 겪었다. 특히 A씨는 아들의 양육 고충을 지켜보며 극심한 정신적 부담을 호소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직전 “B군은 내가 데려간다. 나를 원망하겠지만 답이 없다. 아들아 사랑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아직 11세에 불과한 손자의 생명을 빼앗으려 한 반인륜적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가족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며 우울증을 겪었고, 피해자가 중상에 이르지는 않았으며, 피고인의 아들과 며느리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정신질환과 가족 돌봄 부담 속에서 발생한 비극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 돌봄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미비한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이나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며 예방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