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형상점가, 달서구 상권에 ‘숨결’을 불어넣다 [쵤영=이세경기자]
“점심시간 손님이 다시 늘었어요. 온누리상품권 쓸 수 있냐는 문의도 꾸준하고요.”
장기동 먹거리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신성철 씨의 말에는 최근 골목상권의 변화를 체감하는 실감이 담겨 있다.
지난 1월, 달서구는 ‘골목형상점가’를 지정하기 위한 심의위원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이후 세 달 만에 장기동 먹거리상가, 성서계대 로데오거리, 삼성명가상가 등 3곳이 연이어 지정되면서 지역 골목경제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골목형상점가, 달서구 상권에 ‘숨결’을 불어넣다 [쵤영=이세경기자]
■ 상인 중심 변화…“골목에도 다시 온기가”
‘골목형상점가’는 상업지역 25개, 비상업지역 20개 이상 점포가 2,000㎡ 이내에 밀집해야 지정된다. ‘삼성명가상가’는 이 조건을 충족한 곳 중 하나로, 2,488㎡에 75개 점포가 모여 있는 대표적 상권이다.
소매업, 음식점, 학원 등 다양한 업종이 어우러져 있고, 이번 지정으로 해당 점포들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가능해졌다. 각종 정부 공모사업 참여 기회도 넓어져, 상인회 차원의 공동 마케팅과 환경 개선 사업이 가능해진다.
삼성명가상가 상인회 김동호 회장은 “지정 소식을 들은 이후 상인들 모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단비 같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골목형상점가, 달서구 상권에 ‘숨결’을 불어넣다 [쵤영=이세경기자]
■ 공공플랫폼 ‘대구로’와 연계…소비촉진도 병행
단순 지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소비 유인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달서구는 공공플랫폼 ‘대구로’와 연계해 지난 5일 부터는 매주 토요일 ‘달서데이’를 운영 중이다.
1만 원 이상 구매 시 3천 원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골목상권 이용을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5천 원 상품권도 제공한다.
이 같은 소비촉진 캠페인은 젊은 세대와 비대면 소비층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존 오프라인 상권과 온라인 유통을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 제도는 ‘호응’…현장에선 “기준 더 유연해져야”
정책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개선 요구도 함께 나온다.
성서계대로데오거리 배성호 상인회장은 “기준이 2,000㎡ 안에 30개 점포인데, 대부분 골목은 점포 간 간격이 있어 기준 충족이 쉽지 않다”며, “달서구가 조례로 기준을 일부 완화해준 덕분에 지정이 가능했지만, 여전히 많은 골목상권은 문턱이 높다”고 말했다.
장기동 먹거리상가 권보영 상인회장 역시 “전체 골목이 다 혜택을 본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소규모 상인회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더 유연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달서구 관계자는 “현재 조례 기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상인회의 의견이 모이면 향후 추가 완화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골목형상점가, 달서구 상권에 ‘숨결’을 불어넣다 [쵤영=이세경기자]
■ 골목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골목형상점가 정책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가시적인 성과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달서구 골목 곳곳에서 작은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도 오는 5월 말까지 진행 중이다.
지방도시의 경제 활력은 거대한 유통망이 아닌, 일상 속 골목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실효성과 현장 맞춤형 접근이다. 그리고 지역 주민과 상인, 행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상권 생태계다.
침체된 골목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은 시도, 그 시도가 지역경제 회복의 큰 불씨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