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 구지면에 있는 도동서원은 대구지역에선 유일하게 2019년 7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9개의 서원 중 하나이다. 400여 년 전인 1605년에 건립되어, 조선 전기 '동방오현' 중 수현(首賢)으로 문묘에 배향된 한훤당 김굉필 선생과 그의 외증손 한강 정구 선생을 모셨다.
이곳은 각급 학교 학생들의 역사 공부 탐방지로, 또 대구 투어의 필수 코스로 명성을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대만 등 외국 단체 관광객의 한복 및 다도 체험지로 입소문이 나서 매주 방문 체험이 이어지고 있다.
서원 앞 '도동서원 가을 은행나무'로 소문난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면 주차장이 부족하여 주변 도로가 주차장이 될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놀라고 만족하는 것 중의 하나가 깨끗하고 위생적인 화장실이다. 향기는 물론이고 은은한 음악까지 흘러나오는 곳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이용해도 될 만큼 변기 수도 충분하다.
그런데 최근 국내외 관광객에게 대구의 핫한 관광지로 떠오르는 도동서원은 예외다. 우선 공동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관광객이 별로 찾지 않던 십수 년 전에 만든 탓에 남자용은 장애인용 하나와 소변기 세 개, 여자용은 두 군데뿐이다. 매일 청소 담당자가 한 차례 순회하며 청소하는데도 악취가 진동한다. 문화재 현장 수업을 온 어린 학생들은 코를 잡고 비명을 지른다. 그나마도 한참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기자가 만난 대만 관광객이 모바일 통역 앱을 보여주며 얼굴을 찌푸린다. "한국 관광지 화장실 너무 편리했는데 여기는 왜 이래요?" 옆 사람도 거들며 보여준다. "부산부터 경주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좋았던 한국 인상 여기서 망쳤어요."
최근 도동서원 옆에 '낙동가람 도동유교문화관'이 조성되었다. 숙박시설인 서원 스테이 4개 동, 전시관, 휴게실, 사랑방에 관리동과 화장실 각 1개 동씩이다. 이미 오래전에 공사가 끝났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정상 운영이 더디다. 이곳의 화장실도 변기 수는 두 개씩에 불과하다. 수요예측 부재의 결과다.
지난해 달성군은 기존의 서원 바로 앞 주차장을 잔디밭으로 조성하고 터널 쪽에 땅을 매입하여 주차장을 새로 만들었다. 꼭 있을 법한 이곳에도 공중화장실은 없다. 도동서원과 주변 구역은 국가유산청과 달성군이 혼재된 상태로 관리 감독한다. 양 기관은 서로 미루지 말고, 관리자의 입장이 아닌 이용자의 입장에서 화장실 신·증축 등 대안을 조속히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이용자들은 입을 모은다.
[권오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