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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문화유적 탐방] 79. 도동서원 제대로 보는 법
  • 푸른신문
  • 등록 2019-08-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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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다’ 여행이나 답사에 있어 이 보다 더 절실한 말이 또 있을까. 같은 장소를 같이 여행을 해도 보고 느끼는 것이 서로 다른 까닭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여행을 위해서는 여행지에 대한 사전 공부가 필요한 법이다. 이번에는 도동서원을 제대로 보는 법에 대해 한 번 알아보기로 하자.


2) 다람재에서 도동서원 해설사 부스까지


도동서원으로 가는 길은 2가지다. 현풍읍내에서 낙동강을 우측으로 끼고 가는 A코스와 반대로 구지면에서 낙동강을 좌측으로 끼고 가는 B코스가 있다. A코스는 동에서 서로 가는 코스요, B코스는 남에서 북으로 가는 코스다. 둘 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길이라 드라이브코스로 아주 좋다. 필자는 도동서원으로 들어갈 때는 A코스를, 나올 때는 B코스를 권한다. A코스에는 다람재를 넘는 구간이 있다. 이 구간은 길도 좁고 경사도 심하지만 다람재 정상의 정자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택해야하는 코스다. 정자에 올라서면 발아래 도동서원과 낙동강 건너 고령 땅은 물론, 날씨가 좋은 날이면 가야산까지도 손에 잡힐 듯 한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까닭에 답사 매니아들은 도동으로 들어갈 때는 꼭 A코스를 택한다. 일단 도동서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서원 입구에 있는 해설사 부스로 가시라. 해설을 듣고 싶다면 해설신청을 하고, 그렇지 않다면 부스에 비치된 홍보물을 챙기시라. 여행에 도움이 된다.


3) 400년 은행나무에서 수월루까지


도동서원의 랜드마크는 누가 뭐래도 서원 앞에 서 있는 수령 400년의 은행나무다. 도동서원 은행나무의 유명세는 400년 수령에 비해 그 크기가 엄청나다는 점과 다른 은행나무들처럼 가지가 하늘을 향해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자란다는 점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유교를 상징하는 나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유교관련 건축물을 세울 때면 주위에 반드시 은행나무를 심는 전통이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은행나무를 보면 해당 건축물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도동서원 은행나무는 11월 중순 경 노란 단풍이 들었을 때가 가장 볼만하다. 수월루와 은행나무 사이 한 쪽에 있는 작은 건축물은 희귀한 쌍귀부를 갖춘 한훤당김굉필선생신도비각이다. 


4) 환주문에서 중정당 대청까지


수월루 누문을 지나면 정면 높은 곳에 작은 문이 하나 보인다. 도동서원의 정문인 환주문이다. 우리나라 대표서원 중의 하나인 도동서원의 정문치고는 너무 작다. 통과높이가 채 170cm도 안 된다. 이렇듯 문이 작은 이유는 선현을 모신 서원이니 만큼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라는 의미다. 사실 환주문은 머리를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도 고개를 숙여야 하지만, 발아래에 커다란 연꽃돌이 있어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환주문을 오르면서부터는 좌우 흙담도 눈여겨봐야 한다. 여기서부터 서원 내외의 흙담이 모두 보물로 지정된 흙담이기 때문이다. 환주문을 통과해 도동서원 뜰에 올라서면 정면에 고색찬연한 중정당이 있고 좌우에 서재와 동재가 있다. 이쯤에서 중정당의 석축기단을 한 번 잘 살펴보자. 색이 다른 4각·6각·8각·10각·12각형의 다양한 조각돌들을 사용해 마치 조각보를 수놓듯, 레고를 짜 맞추듯 잘 쌓아올린 기단이다. 이 석축기단과 그 아래 뜰에는 돌로 만든 용머리, 꽃문양, 세호, 자라머리 등이 있는데, 이는 격식과 위엄을 갖춘 서원건축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들이다. 대청 안쪽에 걸린 사액현판, 바깥쪽에 걸린 퇴계 선생 글씨를 모각한 현판, 여섯 기둥 상부에 둘러진 흰색 한지[상지], 대청 바로 앞에 세워져 있는 정료대 등도 꼼꼼히 한 번 살펴볼 일이다. 그러고도 여유가 있다면 대청마루에 올라 벽에 걸려 있는 각종 기문들도 살펴보고, 대청에 잠시 앉아 바깥경치도 한 번 감상해보자.


5) 중정당에서 사당까지


이제는 중정당 대청에서 내려와 좌측으로 한 번 가보자. 작은 쪽문이 하나 보이는데 이는 전사청이자 고직사로 사용하는 공간과 연결하는 문이다. 그 주변에 정료대와 비슷한 모양의 석조물이 하나 있다. 이는 정료대와는 전혀 다른 물건으로 봄·가을 향사[제사] 때 가장 중요한 제수인 돼지를 올려놓고 검사하는 성생단이라는 검사대다. 성생단에서 모퉁이를 돌아 강당 뒤편 아래쪽 기단부를 보면 바닥에 바짝 붙여 설치한 굴뚝이 보인다. 이 굴뚝을 통해 배출된 연기는 강당 뒤편의 꽃계단을 아래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채우면서 상승, 최종적으로는 선현을 모신 내삼문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효과를 연출한다. 매년 4월 하순이면 이 꽃계단에 모란꽃이 만발하여 또 한 번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동서원 사당은 전국의 서원 사당 중에서도 정말 들어가 보기 힘든 사당으로 소문이 나 있다. 좀처럼 개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방문 시에 사당 문이 열려 있다면 사당 왼편 담벼락의 감(坎)과 사당 내부 좌우 벽면에 있는 400년 된 벽화를 꼭 한 번 감상해보시길. 한편 도동서원 내삼문 앞 계단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가운데와 동쪽 문 앞은 계단이 있는데 서쪽 문 앞에는 계단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가운데 계단 위쪽에 있는 동물머리조각과 네잎클로버 문양, 아래쪽에 있는 태극문양과 만(卍)자 문양 그리고 태극문양 옆에 있는 작은 샘도 한 번 찾아볼 일이다. 성생단 반대쪽에는 작은 목조건물이 하나 있다. 이는 목판을 보관하는 장판각이다. 서원에서는 목판이 워낙에 중요한 물건이다 보니 장판각 가까이에 있는 방이 통상 원장님 방이 된다. 이는 도동서원도 마찬가지인데 도동서원은 한술 더 뜬다. 반대편 방과는 달리 원장님 방은 창문까지 내어 장판각을 감시할 수 있게 해 놓았다.
   
6) 에필로그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도동서원은 A코스로 들어가고, B코스로 나오는 것이 좋다. A코스 다람재 구간은 길이 좁기는 해도 45인승 대형버스가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참고로 다음 달[2019년 9월]이면 다람재 구간을 통과하는 도동터널이 개통될 예정이다.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 e-mail: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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