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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위대한 실수
  • 푸른신문
  • 등록 2022-12-22 12: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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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저지른 최대의 실수는 결혼이라고 한다. 물론 이는 어느 철학자가 해학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어서 ‘결혼은 판단력의 부족으로 하는 것이고, 이혼은 또 이해력의 부족으로 하는 것이고, 재혼은 기억력이 없어서 하게 된다’고 했다. 그냥 웃자고 해본 말이겠지만 마음 깊숙이 숨겨둔 인간의 약점이 탄로 난 느낌이다.
사회학자의 말에 의하면 ‘인간이 결혼을 하면 배우자 때문에 자유가 구속된다. 그러나 혼자 살면 고독하고 불편해서 문제’라고 했다. 그래서 키에르 케고르도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라고 말 한 바 있다. 또 어떤 이는 결혼을 ‘연애의 무덤’이라 했는데, 이 말은 결혼을 하면 낭만과 연심(그리워하는 마음)이 매장되고 만다는 뜻일 것이다.
또한 어떤 철학자는 ‘전쟁터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고 했는데, 결혼의 노정엔 전쟁터나 험한 바다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으니 각오와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결혼하기 전엔 상대방을 정확히 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하지만, 결혼을 한 다음엔 한 눈을 감고(실수를 눈 감아 주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결혼은 속는 줄 알면서도 속아 주는 행위이다. 그래서 생각이 신중한 사람들 중엔 결혼이 늦어지거나 결혼을 못하고 마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결혼을 하는 사람이 다 어리석은 사람이고 생각이 모자란 사람이란 뜻은 아니다. 세상은 논리대로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계산대로만 살 수도 없고, 이익만 쫓아 살 수도 없다는 뜻이다. 시련이야 있겠지만 그래도 자식을 위해서 살아야 하고, 하늘의 뜻 때문에도 살아야 하고, 도덕의 규범 때문에도 살아야 한다. 불만이 좀 있더라도 ‘원래 결혼이란 그런 것이련…’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만일 사람들이 모두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산다면 사회 공동체는 금방 무너지고, 도덕도 떨어지고 역사도 멈추게 될 것이다.
이혼은 이해력 부족으로 한다는 말을 살펴보자.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말은 인정해 준다는 말이고, 용서해 주고 상대방의 장점을 평가해 주고 참아주고 사랑해 준다는 말이다. 그런 이해심이 있으면 이혼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재혼은 기억력 부족으로 한다는 말을 보자. 결혼 생활의 가시에 찔려도 보고 결혼 생활의 부담을 체험도 해봤으면 재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재혼을 하고 있지 않는가.
이처럼 인간은 결혼이 최대의 실수라는 경고를 들으면서도 결혼을 하고 재혼도 하는데, 그런 실수를 통해 행복을 얻고 대업을 이룬다. 그러고 보면 결혼은 ‘위대한 실수’인 셈이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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