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우정이 무척이나 깊다고 생각하는 친구 둘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세상을 알기 위해 함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한 친구가 땅에 떨어진 돈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야호! 왠일이야. 5만 원이 가득해. 오늘은 내 운수가 트인 날이구나!” 그러자 다른 친구가 몹시 섭섭한 듯 말했습니다. “자네는 어떻게 ‘나’라는 말을 쓰나? 이럴 때는 ‘우리’라는 말을 쓰면 좋지 않은가?”
두 사람은 서먹한 사이가 되었지만 애써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다시 길을 떠나려 할 때, 돈 가방을 잃어버린 주인이라며 한 남자가 뛰어왔습니다. 그는 두 친구를 보고 다짜고짜 “도둑놈들!!”이라고 몰아 붙였습니다. 그러자 돈 가방을 주운 친구가 옆의 친구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아니, 우리를 도둑으로 몰다니! 우리는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웠을 뿐이오.” 그 말을 듣고 있던 친구가 기가 막힌 듯 말했습니다. “자네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고 있나? 조금 전 운수가 좋을 때는 ‘나’라고 하고 궁지에 몰리자 ‘우리’를 찾으니 무엇이 진짜 우리 사이인가?”
그런가 하면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아는 분의 아버지에게 친한 친구 한 분이 계셨다고 합니다. 늘 형제처럼 살았던 친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 분이 8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기 한 시간 전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답니다. “친구야! 나 먼저 간다!” 당시에 거동이 불편했던 아버지는 그 전화를 받고 그냥 눈물만 뚝뚝 흘렸다고 합니다. 나 먼저 간다는 그 말 속에는 그동안 고마웠다는 뜻도 들어있었겠지요, 그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일어날 수가 없으니 그냥 눈물만 뚝뚝 흘렸고 그리고 정확하게 한 시간 후에 친구 분의 자제로부터 아버님께서 운명하셨다는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내가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 먼저 간다고 작별인사를 하고 갈 수 있는 친구. 우리에게 그런 친구 한 사람 있다면 그래도 우리의 삶은 괜찮은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슬쩍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아는 친구 중에 이 세상을 먼저 떠나면서 “친구야! 나 먼저 간다!”라고 얘기해 줄 친구가 과연 나에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나는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친구야! 나 먼저 간다!”고 전화를 해줄까? 내가 먼저 자리 잡아 놓을 테니 너는 천천히 오라고 누구에게 전화를 해줄까? 친구든, 선배나 후배든 남은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삶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까? 아니,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너무 많은 것인지 너무 없는 것인지 즉답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진정한 친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