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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미꾸라지와 메기
  • 푸른신문
  • 등록 2022-10-27 13: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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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 중의 하나인 추어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미꾸라지를 주 재료로 하고, 여기에 계피 가루, 산초 가루, 방아 이파리 등 향신료를 넣어 먹는 애식가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미꾸라지 하면 삼성 그룹의 총수였던 고 이 병철 회장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자신의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농사를 지을 때 이야기이다. 당시 논 1마지기 200평에서는 농사가 잘 되어야 쌀 2가마가 생산되었던 시절이었다. 이 회장은 시험 삼아 1마지기에는 벼를 심고, 다른 한 마지기에는 미꾸라지 새끼 1,000마리를 사다가 길렀다.
가을 수확 철에 양쪽 모두 똑같은 비용을 투입하여 각각 재배하고 길렀는데 벼를 심은 논에서는 벼 2가마가 생산되었고, 미꾸라지를 기른 논에서는 커다란 미꾸라지가 2000마리로 늘어났다. 그래서 그것을 팔았더니 쌀 4가마 가격이었다. 미꾸라지를 기르는 것이 농사를 짓는 것보다 2배의 이익이 창출된다는 것을 터득하였다.
그 이듬해 한 쪽 논에는 미꾸라지 1,000마리를, 다른 쪽 논에는 미꾸라지 1,000마리와 미꾸라지를 잡아먹고 사는 천적인 메기 20마리를 같이 넣고 길러서 가을에 수확을 하고 보니 아주 이상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논에서는 미꾸라지 2,000마리가 생산되었고, 미꾸라지와 메기를 함께 넣었던 논에서는 메기가 미꾸라지를 열심히 잡아먹었는데도 4,000마리로 늘어났으며 메기는 처음의 10배인 200마리를 수확할 수 있었다. 모두 팔았더니 쌀 8가마 가격으로, 농사를 지었을 때 보다 4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우주에 있는 생명체의 자연 현상은 어려움과 고통 그리고 위험이 닥쳐오면 긴장하고 더 활발히 움직이고, 생존의 본능이 강화되어 열심히 번식하고 훨씬 더 강인해 진다는 사실이다. 같은 원리로 노르웨이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저장하는 탱크 속에 반드시 천적인 메기를 넣는다고 한다. 불편한 동거 때문에 항구에 도착한 뒤에도 메기들이 긴장한 정어리들에게 죽을 틈도 주지 않아서 끝내 살아있게 한다니 대단한 역설의 지혜다. 아무튼 이러한 원리를 벌써부터 간파하고 실제 생산 현장에서 이를 활용한 이병철 회장의 지혜에 절로 머리 숙여진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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