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 회사 로슈는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당신의 상사를 동료의 상사로 추천하시겠습니까? 매우 그렇다면 10점, 전혀 그렇지 않다면 0점을 주세요.” 이러한 조사가 중요한 이유는 동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상사와 함께 일할 때 가장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하직원의 관점에서 경영하라(Employee’s Eye-view Management)는 뜻입니다.
한 때 공직사회에 다면 평가제도(360 degree feedback)가 도입된 적이 있습니다. 상사가 부하 직원을 평가하는 전통적인 하향식(Top-down) 방식에서 벗어나 상사, 동료, 부하 직원들의 평가를 합산해 인사에 반영(또는 참고)한 것입니다.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고, 군대와 같은 상명하복이 강조되고 서열이 중요한 조직에는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많은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이 제도가 사라졌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부하 직원의 관점에서 경영’이라는 차원에서 한 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50부작으로 종영된 바 있는 인기 TV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가훈도 “입장 바꿔 생각하자”였습니다. 사회에서 가장 작은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집안 경영에서도 타인의 관점에서 배려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경영학 관련 서적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직원을 채용할 때 그들에게 먼저 질문을 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질문에서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질문 내용만 봐도 그 친구가 성공 가능성이 있는 친구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트럭 행상으로 시작, 농산물 대표 브랜드 ‘총각 네 야채 가게’를 만들어 전국 40여개의 점포를 가진 대규모 농산물 판매 기업으로 성공시킨 이 영석 대표가 펴낸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똥개로 사는 사람인지 진돗개로 사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똥개 마인드로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한다고 합니다. “월급이 얼마예요? 쉬는 날은 언제예요? 주 5일제 인가요? 휴가는 어떻게 사용하나요?” 반면, 진돗개 마인드로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몇 년을 배워야 독립해서 일할 수 있나요? 과일 고르는 법을 언제부터 배울 수 있나요? 꼭 일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 대표는 이런 차이가 학력과 인성의 차이가 아니라 성공에 대한 절실함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절실하지 않으면 진짜 중요한 질문은 떠오르지 않고 던질 수도 없는 반면 절실한 사람은 돈, 휴가, 근무 시간 따위보다 하루라도 빨리 성공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마인드와 노하우가 무엇인지 배우는 데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