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저자인 진수(陳壽)는 지도자로서의 제갈공명을 평가하기를 “법을 어기고 태만한 자는 친한 사이라도 반드시 처벌했고, 죄를 인정하고 정(情)을 쏟는 자는 죄가 아무리 무겁더라도 용서했으며, 또한 말재주를 부리고 꾸미는 데 능한 자는 비록 죄가 가볍더라도 반드시 죽었으며 선(善)은 아무리 작더라도 칭찬하지 않는 일이 없었고, 악(惡)은 아무리 작더라도 벌을 주지 않은 일이 없었으며, 정무(政務)에 정성을 쏟았고 사생활이 검소했다.”고 말했다. 이를 요약하면 제갈공명은 신상필벌로 부하와 백성을 다스리고, 또한 법을 집행함에 있어 매우 공평했으며, 매사에 솔선수범했음을 알 수 있다.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포용력, 통솔력, 결단력 등 세 요소로 구성된다고 볼 때 이 요소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조직의 힘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여기에서 제갈공명의 철학이자 통솔력의 핵심요소인 솔선수범(率先垂範), 공평무사(公平無私), 신상필벌(信賞必罰)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 프러시아 군대의 격언 중 “지휘관이 부대를 지휘함에 있어 마음가짐은 우선 솔선수범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설득해야 하고, 그게 안 되면 강요해야 한다.
그 순서는 바뀌어도 어느 단계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 것처럼 솔선수범이야말로 리더가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다음은 업무를 공평무사하게 처리해야 한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시키든 안 시키든 규정과 방침에 의해 관리되는 조직이 강한 조직이다. 어느 특정인에 의한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특별한 지휘방식은 그 지휘관이 떠나고 시간이 경과하면 소멸되기 쉽다. 따라서 조직의 관리는 법적 근거에 기초해 일관되게 현실성 있고 합리성 있는 규정과 방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보직과 진급은 공정하고 공평하게 그리고 선발된 자와 안 된 자 모두가 수용하고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조직 관리의 핵심이다. 부하들에게 은혜를 베풀고 인간적이고 인격적으로 대우하며 법 적용 때도 공평을 기한다면 부하들로부터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충성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엄격한 신상필벌의 적용이다. 일찍이 손자(孫子)는 “장수가 병정(兵丁)과 친숙해지기 전에 그의 잘못을 벌하면 진실한 복종을 바랄 수 없고, 친숙해진 후 잘못을 벌하지 않으면 마치 교만한 자식과 같아서 쓸모가 없다.”고 했다. 신상필벌의 엄격함으로 부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고, 때로는 부하를 아끼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이야기다. 부하가 잘못했을 때에 용서 일변도의 지휘관이기보다 잘못을 엄하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법이 누구에게나 엄격하게 적용된 좋은 예로 제갈공명의 읍참마속(泣斬馬謖), 즉 사랑하고 아끼는 부하지만 명령을 어긴 마속의 목을 눈물을 흘리며 벴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제갈공명의 철학이자 통솔력의 핵심요소인 솔선수범, 공평무사, 신상필벌은 오늘에 있어서도 그 중요성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