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글이 있다. 2010년 3월, 공군18전투비행단 105전투대대장으로 순직한 고 오충현 대령(추서 계급)의 생전의 일기가 그 것이다. 이는 그가 1992년 12월, 순직한 동료의 장례식에 다녀온 뒤 쓴 일기였다. 이 일기는 유품을 정리하던 부인 박소영씨가 발견했다.
오충현 공군 중령은 전투기를 갓 몰기 시작한 후배를 훈련시키기 위해 후배를 F-5F 앞좌석에 태우고 이륙했다가 추락해 순직했다. 국방부는 공사를 수석 졸업한 뒤 비행시간 2,800시간을 기록한 마흔세 살 파일럿 오 중령을 대령으로 추서했다.
오 대령은 18년 뒤 자신에게 닥쳐올 죽음을 내다보기라도 한 듯 가족에게 당부하는 말을 일기에 담았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내가 먼저 죽는다면 우리 가족, 부모 형제, 아내와 자식들은 아들과 남편, 아버지로서보다 훌륭한 군인으로서의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담담하고 절제된 행동을 보였으면 한다. 그 다음, 장례식은 부대장으로 하고 유족들은 부대에 최소한의 피해만 줄 수 있도록 절차 및 요구사항을 줄여야 한다. 또 각종 위로금의 일부를 떼어서 반드시 부대 및 해당 대대에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한다. 진정된 후에 감사했다는 편지를 유족의 이름으로 부대장에게 보냈으면 좋겠다.
더욱이 경건하고 신성한 아들의 죽음을 맞이해서 돈 문제로 마찰을 빚는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돈으로 해서 대의를 그르치지 말아야겠다. 장례식 도중이나 그 이후라도 내가 부모의 자식이라고만 여기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 조국이 나를 위해 부대장을 치르는 것은 나를 조국의 아들로 생각해서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이 일을 명심하고 가족의 슬픔만 생각하고서 경거망동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나로 인해 조국의 재산이 낭비되고 공군의 사기가 실추되었음을 깊이 사과할 줄 알아야겠다.
나는 오늘날까지 모든 일을 보고 직접 행동하면서 나의 위치와 임무가 정말 진정으로 중요하고 막중함을 느꼈고, 조종사이기에 부대에서 이렇게 극진하게 대하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이 조종사임을 깊이 감사하며, 나는 어디서 어떻게 죽더라도 억울하거나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고 떳떳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세상이 변하고 타락해도 군인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군인의 영원한 연인, 조국을 위해서 오로지 희생만을 보여야 한다. 결코 우리의 조국, 그의 사랑은 배반치 않고 역시 우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일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요즘같이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오 대령의 사례는 가슴에서 뜨거운 기운이 울컥 솟구치는 무언가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이러한 오 대령의 정신을 다시 한번 기리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