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미래가 걸려있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긴장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신중한 행동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신중한 것이 지나쳐 경직된 분위기를 유발한다면 사람들은 그런 사람과 같이 있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게 된다. 더불어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오인되기 쉽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대화는 점점 힘들어진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사업 초창기에 조선소를 짓기로 결정했을 때의 유명한 일이다. 회장은 조선소 설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마침내 영국 버클레이 은행의 부총재와 면담할 기회를 만들었다. 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와 금융 전문가들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버클레이 은행의 부총재가 그에게 불쑥 물었다. “당신의 전공이 무엇입니까?” 회장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낸 탓에 대학은커녕 중학교도 못 나왔기 때문이다. 부총재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당신의 전공은 뭐냐고 물었습니다. 기계공학? 아니면 경영학?” 그러자 회장은 대담하게 반문했다. “내 사업계획을 읽어 보셨습니까? 내 전공은 바로 조선 사업입니다.” 회장의 대담한 대답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은행의 부총재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의 전공은 유머로군요. 당신의 유머와 사업 계획서를 투자 담당 부서로 보내겠습니다.”
아무리 뚝심이 센 회장이라도 이런 자리에서는 분명 긴장될 것이다. 말 한마디에 수십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금융 전문가들 앞에서도 회장은 당당하고 재치 있는 말로 수십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지신의 조선 사업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뜻을 충분히 전달하여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웃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웃음은 만국 공통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웃음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힘이 있다. 대화는 통하지 않아도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서로의 마음은 이미 반은 열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재치 있는 말이나 재미나는 이야기를 적절하게 구사한다면 어떤 자리에서든 당신은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순발력 있는 유머를 구사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그 자리에 적당한 유머를 미리 준비해 가는 것도 좋다. 순발력 있는 유머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렵고 힘든 자리일수록 적당한 유머를 준비하자. 준비된 유머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고 상대방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