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가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최 대리는 아무 반응이 없다. 김 대리는 잠시 하던 말을 멈춘다. 최 대리가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언짢아진 것이다. ‘내 말이 지루해졌나?’라는 생각에 쓸데없는 말까지 하고 만다. 이 때문에 김 대리의 말은 중심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것은 결국 최 대리를 더욱 침묵하게 하거나 혼란에 빠지게 하고 그의 입에서는 마침내 “이해를 못하겠어.”라는 말이 나온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김 대리가 최 대리의 침묵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 대리의 ‘너는 이야기해라. 나는 딴 짓을 한다.’라는 식의 태도도 곤란하다.
하지만 상대방의 반응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게 되면 대화가 어려워진다. 간혹 이야기하는 사람이 이것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기까지 한다면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다. “뭐하는 거야. 내 말을 듣고 있는 거야?”, “무슨 소리야? 난 네 말에 동감하고 있다구, 뭣 때문에 화를 내는 거야?” 이 경우 상대방은 당신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낸다면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게 된다.
최 대리의 경우는 열심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말 하다 말고 난데없이 화를 내니 기분이 상하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상대방의 반응이 너무 잠잠하다면 슬쩍 반응을 확인하면 된다.
“그래서 이렇게 됐어. 너 같으면 어떻게 할래?” 상대방이 이야기에 집중한 것이라면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되고 대화는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당황할 것이다. “미안해. 사실 지금 골치 아픈 일이 있어서 자네 말을 제대로 못 들었어.”
이런 상황이라면 이야기의 주체를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은 이와 같이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하며 대화를 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
대화 도중 상대방이 침묵하는 이유는 대개 세 가지 정도로 구분 된다.
첫째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야기가 지루해진 것이고, 세 번째는 다른 할 말이 있는 것이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상대의 반응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상대방이 호기심을 가지고 두 눈을 반짝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상대방의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다면 당신은 뛰어난 화술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