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은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던 서류들을 받아보고는 당황하고 말았다. 정작 자신이 요구했던 서류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이봐, 이거 빠졌잖아. 어떻게 된 거지?” 부하 직원은 태연스레 대답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과장님이 지시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김 과장은 답답한 듯 한마디 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라서! 당연히 그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일이 이쯤 되면 미처 못 알아듣고 자료를 준비하지 못한 부하 직원이나 정확하게 업무 지시를 하지 않은 김 과장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말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답답하게 할뿐 아니라 의사가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신뢰도 잃고 만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라는 속담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조사 하나만 바꿔도 말뜻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이 서류 좀 빨리 부탁해.” 와 “이 서류도 빨리 좀 부탁해.”는 조사 ‘도’에 의해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된다. “이 서류 좀 빨리 부탁해.”는 다른 것보다 이것을 먼저 해달라는 의미로 들리고, “이 서류도 빨리 좀 부탁해.”는 함께 진행하는 다른 작업과 마찬가지로 빨리 해달라는 뜻이다. 또한, 한 단어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많아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거나 중요한 사항을 이야기할 때는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직장에서 업무를 지시하거나 자기의 의견을 말할 때는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충대충 말해버리면 듣는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나중에 일을 다 끝내고 나서 보면 더 큰 오류가 생겨서 결과적으로 작업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저 친구는 내가 이 정도만 말해도 스스로 알아서 할 거야.’ 라든가 ‘일일이 말 안 해도 알아들어야지.’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혼자만의 착각이다. 자신은 대충대충 말해놓고 듣는 사람이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100원을 주고 200원어치의 물건을 사오라는 것과 같다.
특히, 신입 사원은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선뜻 물어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준다면 일처리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나중에 수정 작업도 훨씬 수월해진다.
예를 들면, “내 생각은 이런 게 좋을 것 같은데, 자네도 아이디어를 한 번 생각해 보게나. 자료는 도서관을 이용하면 제일 빠를 거야. 혹시 중간에 막히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게. 나도 신입사원 때 힘 들었는데 마침 자상한 선배가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일을 배웠거든.”
서로를 충분히 이해시키고 확인하는 것만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오해 없이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