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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고 답하다] 불감청고소원
  • 푸른신문
  • 등록 2021-06-10 14: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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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군인을 좋아해 나와 함께 육군사관학교 시험을 쳤던 이상열이란 친구가 있다. 우리 둘이는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다른 몇몇의 친구들과 함께 독서실에서 공부하며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 당시에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있었다. 그런데 상열이는 하필이면 육사 시험 당일 날 감기 몸살을 앓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나만 합격했다. 그는 지금도 육사 시험 봤던 수험표를 고이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군인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서운해 하면서도 애정을 갖고 있는 친구이다.
그는 결국 일반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 대기업에 다니다가 독립하여, 지금은 개인사업으로 나름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군인을 좋아하는 것은 여전하여, 나를 통한 대리만족을 느끼며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언젠가 그의 사무실에 간 적이 있다.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사훈(社訓)이었다. ‘無汗不成(무한불성)’. 얻고자 하는 것은 땀과 노력으로 구하라는 의미심장한 문구였다. 나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사훈에 얽힌 사연을 친구에게 물어 보았다. 그는 그동안 사업을 해온 과정을 진지하게 얘기해 주었다. 한편의 드라마였다. 그는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고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것이었다. 나는 새삼 그가 다시 보였다. 평소에 나와 만날 때면 허허대고 여유만만하기만 했는데, 보이지 않는 가운데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호수 위의 평화스러운 모습의 오리가 물 밑에서는 열심히 발을 움직이고 있듯이.
나는 그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어찌하면 그렇게 유연할 수 있을까? 어떠한 경우에도 중용의 도를 지켜 적을 만들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있는 경쟁자들도 내편으로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군(軍)에서의 리더십 못지않은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마침 그가 인생 후반을 함께 하자고 하니,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다. 청하지는 못하나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이다. 그의 도(道)를 사사받을 날을 기대 한다

구용회 건양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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