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학의 미래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 특히 지방대학의 위기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전국 175개 대학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해 26,000명의 추가모집을 실시했다. 16년 만에 최고 수준의 추가모집이라고 한다. 그러나 추가모집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학은 대부분 정원을 채웠지만 약 80% 이상의 지방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몇 해 전부터 대학가에 회자되어 온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지방대학들이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혜택을 제시했다. 원서만 내면 100% 합격 시켜 주는 대학, 전형료를 받지 않는 대학, 등록하면 스마트 폰을 준다는 대학도 있었고 입학금을 면제해 주는 대학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방대학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정원을 상대적으로 많이 채우지 못한 지방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대학의 등록금은 10년 이상 동결되고 있다. 수도권 대학 선호 등의 이유로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현재의 인구 추이로 보면 3, 4년 내로 대부분의 지방대학이 신입생의 90% 이상을 충원하기가 어렵게 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지방대학이 무너지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산·학·연 간의 연구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경제활동이 위축됨은 물론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도 쇠약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의 위기가 감지된 것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이나 대학이나 왜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냉철한 지성을 가진 대학의 교수들이 왜 대학의 미래에는 냉철하게 대비하지 못했을까? 대학 내 기득권 집단의 무사안일 때문일까? 대학 경영자들이 대학의 위기보다는 개인의 영달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위기를 느낄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연구와 교육에만 매진했기 때문일까? 대학의 미래는 대학의 경영진이 알아서 할 거리고 생각했을까? 교육부의 권한이 너무 세서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교육 당국은 또 ‘대학의 경영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지방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SKY만 고집하는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성향 때문만일까?
대학의 위기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라는 공감대 속에 대학의 미래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변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