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타이거 우즈를 선택했다면 최경주는 신을 감동시켰다” 이 말은 2007년 미국 PGA 투어 AT&T 내셔널에서 최경주가 타이거 우즈가 주최한 골프대회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하며 세계 빅4로 부상했을 때 미국 언론에서 썼던 내용이다. 필자는 2012년 가을 계룡대에서 최경주 선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와 만나서 나눈 이야기와 그가 선물로 준 책 『탱크, 최경주』 내용을 바탕으로 최경주 선수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최경주는 전라남도 완도군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완도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역도부에 들어갔다. 이유는 운동도 좋아했지만, 무엇보다 1년에 8,900원의 육성회비만 내고 학교에 다닐 수 있어 가난한 부모님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자 했던 마음에서였다. 중학교 1, 2학년까지 역도를 하다 3학년 때 그만두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완도 수산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첫날, 체육 선생님에 의해 원치도 않았던 골프부에 들게 되었다. 그날 선생님은 골프부원들을 마을에 있는 골프연습장으로 데리고 갔다. 아이들은 골프연습장 그물망을 보고 저게 뭐다냐? 닭장인가? 꿩 사육장인가? 하고 수군거리며 있었는데 체육 선생님이 골프연습장 그물망까지 골프공을 쳐서 보내는 사람에게는 공 줍기를 열외시켜 준다고 하여 너도나도 도전하였지만 실패하였다. 드디어 최경주 차례가 되었고 그는 생애 최초로 7번 아이언을 들고 선생님이 가르쳐 준대로 힘껏 쳤는데 140m 정도를 날아가 그물망을 맞혔다. 그 후 골프 입문 4개월 만에 108타, 두 번째 라운딩에서 98타를 치고 5개월 만에 제대로 된 전라남도 유일의 광주 컨트리클럽 18홀에서 78타를 쳤다.
최경주는 골프연습장에서 일을 하며 피나는 연습을 했다. 어느 날 그가 주변 정리를 어느 정도 하고, 연습에 몰입하고 있을 때 서울 한서고등학교 김재천 이사장이 그의 연습 장면을 보고 실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명함을 주고 간다. 최경주는 그 이후 서울로 올라가서 김재천 이사장을 찾아가는데, 그의 후원으로 골프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각종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는 등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2007년 미국 PGA 투어 AT&T 내셔널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물론 명사십리 백사장에서 벙커샷 연습을 하루 8시간 이상 한 노력 등 최경주 선수 개인의 열정이 가장 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골프 연습장에서 한서고등학교 이사장을 만난 인연 덕분으로 그가 현재 세계가 알아주는 골프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훗날 최경주 선수는 만약 그때 비번이었으면 김재천 이사장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며 자신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양어선을 탔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그때 비번이었던 그의 친구는 원양어선을 탔다고 한다.
최경주 선수의 경우를 보게 되면 ‘인연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잘 유지시키는 것(Keep)이란 생각이 든다.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