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모뉴먼츠맨(예술품 전담부대)이라 불린, 군인 아닌 군인 같은 군인들이 있었다. 히틀러에 의해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던 수많은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미술역사학자를 중심으로 편성된 부대였다. 이들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고귀한 예술품을 지켰다. 이들이 없었다면 현재 유명 미술관의 걸작들을 우리가 감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후대에 가서 바로잡히는 경우도 있지만 당대에는 이긴 자의 기록이 역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탈했을 때도 그랬다. 자신들의 침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시행한 도로건설 등의 사업들을 두고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앞당긴 업적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 유적지에 길을 뚫은 것은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었으며, 국보급 문화재를 약탈해 간 것은 국민의 자존심을 빼앗아 간 것이었다. 이외에도 우리의 문화적 가치를 조작하거나 말살하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는 사실들이 이후 기록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렇게 잃어버린 민족정기를 되찾기 위해 침략 이전의 과거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 뿐 아니라 병인양요를 비롯한 서양의 침략 때에도 많은 우리 문화재가 약탈당했다. 그들이 약탈해간 우리 문화재는 국가 차원에서 반환되기도 하지만 수많은 우리 문화재가 전 세계 어디에선가 그냥 버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소중한 우리 문화재가 민간인에 의해 발견되기도 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약탈 또는 불법으로 20여개 국가에 빼앗긴 우리 문화재가 14만점이 넘는다고 한다. 일본이 가장 많고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지금까지 10개국으로부터 약 8천 여 점의 문화재를 돌려받았다. 그러나 우리 것을 돌려받는데 그냥 받은 것이 아니다. 정부가 협상에 의해 돌려받은 것도 있지만 돈을 주고 산 것도 있고 대여 형태로 받은 경우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한 노력은 정부나 민간단체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빼앗긴 문화재를 찾는 일은 우리 역사를 회복하는 일이고 나라의 자존심을 되찾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관련 연구기관, 민간단체 등 전 국민적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심은 우리 문화재가 어떤 형태로든 유출되는 것을 막는 근본적인 힘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사는 지역에 어떤 역사적 유적이 있는지,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알아보고 그 유래와 가치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변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