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Thomas Alva Edison, 1847∼1931)이 백열전구를 발명할 때의 일이다. 700번째 만든 백열전구가 5초도 안돼서 꺼졌다. 천재적인 발명가 에디슨도 도무지 무엇이 문제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에디슨 이전에도 백열전구를 만들었던 사람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전구는 모두 전원이 들어오자 4, 5초를 견디지 못하고 꺼졌다. 누구도 수명이 오래가는 전구를 발명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에디슨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포기를 몰랐다. 그는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실험에 몰두했다.
그리고 마침내 1879년 10월 21일, 에디슨은 무려 1,200번이 넘는 실험 끝에 백열전구를 발명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자, 기자들이 에디슨에게 물었다. “전구가 발명되기전까지 1,200번이 넘게 실패했는데 사실입니까?” 에디슨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전구가 켜지지 않는 방법을 1,200여 가지나 알아낸 것이지요”
일본에 가면 장어구이 요리가 맛있는데 가격 또한 어마어마하게 비싸 웬만한 부자들조차 엄두를 못 낼 정도라고 한다. 그렇지만 일본의 장어구이 요리가 이유 없이 비싼 것은 아니다. 그 맛이 그만큼 훌륭하기 때문이며, 그 정도로 요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까닭이기 때문이다. 장어요리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10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일류 장어구이 요리사가 쓸 만하다고 생각되는 젊은 조수 한명을 받으면 숯불 피우는 요령 2년, 장어 껍질 벗기고 토막 내는 기술 3년, 그리고 장어를 숯불에 익히는 기술 3년을 습득해야 비로소 한 사람의 장어구이 요리사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맛있을 것이고, 비쌀 것이며,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요리사의 자긍심 또한 어느 전문직 못지않게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조그만 식당이나 과자집일지라도 이러한 장인 정신으로 가업을 5대, 10대째 물려가며 지켜 오고 있다 하니 부러울 뿐이다.
동경에 있는 ‘도라야’라는 과자 집은 밤이나 전분을 설탕과 버무려 만든 양갱으로 유명한데, 자그마치 300년이나 가업을 이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제일의 양갱으로 군림하게 되고 큰돈을 모아 재벌이 됐는데도 오로지 양갱 한 가지만을 만든다는 것이다. 300년이나 한 가지 기술을 축적해 왔으니 그 방면에서 세계 제일일 것은 뻔한 노릇이다.
그에 반하여 우리의 고려청자 기술은 어떻게 되었는가? 세계 제일로 꼽아 주는 고려청자건만 그 맥이 끊긴 지 옛날이다. “나 같은 고생을 자식에게 되풀이 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이 그 오묘한 청잣빛 제조기술을 어둠 속에 묻어 버린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구용회 건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