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은 사람을 우리는 보통 어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이만 많다고 어른으로 존경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의미의 어른은 나이가 많다거나 지위가 높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은 후배들이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인품과 지혜를 갖춘 존재이며, 갈등을 조정하고 모두를 아우르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구심체의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이런 어른의 존재가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특히 지금 상황처럼 안정성이나 건강성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약해진 사회일수록 어른의 존재는 절실하다. 어른은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바르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사고, 다양한 가치가 혼재하고 있다. 개인마다 사회현상을 보는 시각도,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도 각기 다르다. 이러한 다양한 욕구에서 공통의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공유하는 가운데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은 누구나 원하는 바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이해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는 인품과 지혜를 가진, 그래서 많은 사람이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의 부재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게 만들고 가치의 상실을 가져오게 한다. 특히 아직 경험과 지혜가 부족한 젊은 세대는 폭넓은 인생 경험, 다양하고 깊은 지식과 지혜를 가진 어른에게 배우며 성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존경받는 어른이 없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현재 시대가 요구하는 어른은 말이나 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삶 자체에서 보여 지는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따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게 되는 그런 어른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또는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서로 어른이라고 나서지만 정작 어른다운 어른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절대적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나이 많은 어른’은 많다. 그러나 참된 어른으로 존경받기 위해서는 ‘어른답게’ 자신을 성찰하는 가운데 도덕적 삶을 실천하는 어른, 누군가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런 어른 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그런 어른이 많을수록 우리는 갈등이나 반목이 없는 평화롭고 건강한 사회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존경할만한 어른이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어른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의 풍조 때문은 아닌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어른은 종교 지도자일수도 있고 첨단과학의 선구자이면서 사회적 기여를 실천하는 인물일 수도 있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이웃사랑을 실천한 이웃의 할아버지일수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고 어른으로 존경할 인물을 찾아보자. 분명 어디선가 어른은 존재할 것이다. 보지 않으려고 하면 영원히 우리 시대의 어른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변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