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대교육(隔代敎育)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모를 대신해 손자손녀를 교육하는 것을 격대교육이라고 한다.
오래된 전통을 가진 이 교육 방식이 오늘날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사회적인 관심이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50만 가구에서 조부모가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생겨난 현상이며, 어린이집이나 돌봄 시설이 부족한 현실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듯하다.
우리 전통교육은 격대교육을 근간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올바른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할아버지의 가르침, 할머니의 정감어린 한 마디는 어린 자녀들의 인격형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이런 가르침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이루어 졌다. 버락 오바마와 빌게이츠도 할머니의 어린 시절 가르침이 오늘의 자신을 만든 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생활방식과 문화가 바뀜에 따라 전통적 방식의 격대교육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할아버지의 존재만으로 그 권위가 인정되던 가부장적 시대와 현재는 가치기준이나 교육환경 등 여러 가지가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와 조부모의 교육방식의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겨나고 이것이 가정의 문제로 불거지기도 한다. 경제적 궁핍은 겪었지만 여러 명의 가족이 어우러져 살았던 조부모 세대와 핵가족 시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는 육아의 기준이나 교육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교육은 일정 부분 조부모가 맡을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라면 양자 간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모두가 원하는 것이 아이들의 바른 인격 형성이며 그 인격의 바탕위에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발휘하는 것이라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의 아들딸이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간다.”면서 손자들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긴다. 그러자 주인공은 “나도 가족인데…”라는 독백을 남긴다. 매우 씁쓸한 여운을 남긴 장면이었다. 만의 하나라도 신세대 부모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개념이 이런 것이라면 아이들이 조부모를 대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통적 격대교육과 현재의 조부모 교육방식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부모에 대한 부모의 공경 없이 아이들에게 조부모를 공경하라고 강조할 수는 없다. 아이의 부모가 어른에 대해 공경하는 언행을 보이면 아이는 저절로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가정에서 바른 교육을 받은 아이는 언제 어디서나 바른 길을 갈 수가 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조부모나 부모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교육의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생각의 거리를 좁히는 노력을 서로가 해야 한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모두가 행복한 동행, 격대교육과 더불어 우리가 가야할 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변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