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木曜斷想)]국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은 국가의 뿌리며 기둥이다. 국민이라는 단어는 과학적으로 정의가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낱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복잡한 의미를 지닌 단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경외스러운 단어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벗 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국민이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너무 무분별하게 쓰이는 듯하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는 말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것이었다. 잘못을 했으면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런데 왜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국민의 공분을 샀으니 국민에게 죄송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한마디로 면죄부를 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정치인들도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국민을 위하여’라고 한다. 서로 다른 정치노선으로 대립할 때도, 당리당략을 위해 다툴 때도 그 명분은 늘 국민이었다. 진심으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국민이 두려운 존재임을 안다면 국민이라는 말을 그렇게 자주 또 쉽게 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을 두려워 한 임금은 성군으로 추앙받았지만 국민을 가볍게 여긴 군주는 말로가 좋지 못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300명의 국회의원이 또 다시 탄생한다. 모두가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겠다고 약속한 분들이다. 그러나 그 약속이 다 지켜지리라고 믿는 국민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살펴보고 고민한 다음 국민의 대표자로 활동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말로만 ‘국민을 위하여’가 아니라 가슴으로 국민을 느끼면서.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의 생각이 모두 다를 수도 있고, 국민의 생각이 모인 여론 또한 가끔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실은 늘 하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거짓과 위선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 자리에 진실과 헌신이 들어서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려운 마음으로 경건하게 불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