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木曜斷想)] 코리아, 코로나

예로부터 사람의 진면목을 알려면 고통과 위험이 따르는 일을 같이 해보라고 했다. 위기의 순간에 사람의 본심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위기의 순간에 더욱 단단함을 보이고 있는 한국인의 모습이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전해졌다. 대구경북에서 한꺼번에 많은 확진자가 발생함으로써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전국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원하여 대구로 향했다. 전국의 구급차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구로 모였다. 그들은 24시간을 쪼개어 가며 지금도 헌신하고 있다. 너도나도 지쳐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자들은 온갖 궂은일을 처리하고 있다. 또 현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힘을 보탠다. 고사리 손으로 쓴 손 편지, 임대료 인하, 그리고 각계에서 모여지는 성금까지.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는 가운데 더 힘든 이웃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스스럼없이 내놓는다. 거의 자가 격리 상태에 있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예방수칙 준수 등 개인이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거의 한 달 이상 진행되고 있음에도 심리적 공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나름대로의 행복을 느끼는 분위기도 있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나라에서도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는데 우리 주위에는 어디에서도 그런 장면을 볼 수가 없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미국의 플로리다 해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하루에도 수천 명씩 환자가 발생하는 유럽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화면도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우리의 가치관과 ‘나만 아니면 된다’는 그들의 가치관이 기본적으로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이 지금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에게는 예로부터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 잘못은 서로 규제하며 예의로 서로 사귀고 어려운 일은 서로 돕는다는 마을 자치규약이 전해져 오고 있다. 특히 대구는 지금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어려운 일을 당한 이웃을 도와주며 서로를 보듬는 아름다운 문화가 있다. 한때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지만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의 힘을 한데로 모으는 튼튼한 공동체의식을 대신하는 말이 되고 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조금만 더 힘을 내야 한다. 경제적 손실도 크고 일부의 일탈도 있지만 서로 독려하고 규제하면서 이겨내야 한다.
국채보상운동, 금모으기 운동 등에서 확인했듯이 잘못된 정책으로 비롯된 국가위기도 우리는 자발적·적극적 참여로 극복했다. 어려운 시기마다 함께 사는 지혜를 발휘했던 대한민국 국민, 대구 시민이 존재하는 한 코로나는 절대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