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칼국수의 표준

우리 동네 핫플_이 가게 어때?  황금바지락칼국수


2000년 초·중반 대구엔 유명한 짬뽕집이 많았습니다. 당시 누구는 짬뽕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그냥 동네 반점에서 시켜 먹으라고 핀잔을 주곤 했습니다. 지금 짬뽕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입니다. 많은 짬뽕맛집이 증명해 주듯 짬뽕 맛은 상향 평준화가 되었습니다.
칼국수… 그것도 바지락칼국수가 너무 맛있다고 주위에 소개하면 늘 돌아오는 대답은 “바지락칼국수가 거기서 거기지 뭐 그냥 아무 데나 먹어도 다 똑.같.다.”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감삼네거리에 있는 황금바지락칼국수는 20여 년 전 소수의 짬뽕 맛집에서 느껴졌던 우월한 맛의 품격이 다시금 느껴진 충격이 있는 바지락칼국수였습니다.
일단 이 집의 바지락칼국수는 바지락의 양이 엄청 많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그릇의 3분의 1이 바지락입니다. 먹다 보면 바지락이 많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많습니다. 이 많은 양의 바지락을 넣고 끓이기 때문에 국물의 감칠맛이 너무 좋습니다. 소금간을 아주 살짝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간이 아주 적당하니 좋습니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좀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심심하게 드시는 걸 즐기신다면 아주 맛있다고 생각을 하실 겁니다.
거기에다 직접 반죽해서 뽑은 면은 굵기와 탄력이 일반적인 칼국숫집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예전에 일본의 어느 우동장인이 하는 집에서 먹어 본 그런 식감을 선사해 줍니다. 적당히 탄력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씹히고 처음 먹었을 때의 면발과 다 먹을 때의 면발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바지락 맛이 우러난 물에 직접 뽑은 면을 삶아 나온 국물은 밀가루와 전분이 섞여 깔끔하면서도 묵직한 바디감을 나타냅니다. 밀가루가 퍼진 국물의 느낌이 자칫 가벼울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진한 바지락 향을 느끼게끔 살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여러 번 방문했을 때마다 묵직한 바디감이 동일 한 것으로 보아 의도를 가지고 계산해서 요리 한 것 같았습니다.
손님이 끊이지 않아 수일을 기다려 황금바지락칼국수 집의 이연희 대표와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8년도부터 가게를 운영한 대표는 어릴 적부터 면을 너무 좋아했다고 합니다. 술은 끊어도 면은 못 끊을 정도로 좋아해 제대로 된 면 요리를 해 보고 싶은 포부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많고 많은 집들이 있는데 왜 하필 바지락칼국수인지 여쭤보니 “바지락이 선나깨이(조금) 들어가서 매번 불만이였어예, 내가 하면 더 맛있게 하는데… 싶어가 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연희 대표는 배달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유는 주문해서 도착까지 시간을 알 수 없고, 면 요리 특성상 바로 나와서 바로 먹어야 맛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아가 대표는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요리해서 낸다고 합니다.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하는 것 때문에 주위에서 꾸지람이나 핀잔도 많이 듣는데요. 돈 많이 벌어서 매출 많이 올리려면 방법은 많습니다. 근데 저는 바지락칼국수 한 그릇 따끈하고 맛있게 손님들이 드시고 가시는 모습을 보면 돈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주로 점심시간이랑 저녁에 퇴근 후의 직장인들이 많이 오는데 조리 시간이 길어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표는 미리 오는 시간과 인원수, 메뉴를 이야기해 주면 여유 있게 할 수 있어 미리 연락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우리 동네 감삼네거리에 있는 황금바지락칼국수는 다른 칼국숫집들과는 다릅니다. 예전 짬뽕집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바지락칼국수도 맛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으로 나뉠 거라 예상합니다. 호불호로 나뉘게 될 표준으로 이연희 대표의 바지락칼국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들어간 바지락의 양과 국물의 맛과 향과 무게감, 직접 반죽해서 뽑은 면발까지…
“칼국수가 다 거기서 거기지… 바지락 선나깨이 들어가겠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아주 큰 착각이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감삼네거리 서대구세무서 맞은편 / ☎053-565-6879

최윤석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