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신문에서 읽은 기사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화인데 초등학교 과학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시험문제를 냈는데 첫 글자가 ‘M’으로 시작하는 영어단어 중에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성질과 힘을 가진 단어를 쓰라는 문제이었다.
아이들의 답안지는 놀라웠다. 학생들의 85%가 ‘Mother’라고 썼다고 한다. 선생님은 난감했다. 정답은 ‘Magnetic(자석)’이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선생님은 마침내 ‘Mother’를 정답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우문현답이라고 하기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이 느껴진 멋진 정답이었다. 선생님의 정답처리 역시 만점짜리다. 아마도 아이들은 ‘M’자로 시작하는 단어라고 하자 어머니가 제일 먼저 떠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성질과 힘에서 스스로 고개를 끄떡이며 정답을 확신 했으리라 추측해 본다.
스무 살쯤에 직장생활을 위해 고향 집을 떠나 대구에서 자취를 한 적이 있었다. 스산한 가을 쓸쓸한 토요일 오후였다. 회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다. 고향집을 갈까 말까 망설였다. 왕복 차비를 쓰고 나면 한 달 생활비가 빠듯했다. 괜히 거리를 방황하면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날씨가 금방 어둑어둑 해졌다. 어두워지니 마음은 더욱 간절해졌다. 급히 시외정류장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기어갔다. 막차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기사 아저씨는 오늘따라 느긋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매표소를 향해 힘껏 뛰었다. 하지만 이미 매표소의 창구는 닫혀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외버스 승강장 까지 가보았지만 막차는 이미 떠난 뒤였고 메케한 매연 냄새만 가득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그곳을 한참 서성이다 힘없이 발길을 돌렸다.
자취방 골목에 들어서니 된장 냄새가 골목 가득하다. 그제서야 시장기가 느껴졌다. 얼른 저녁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대문을 들어서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내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침에 불을 안 껐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순간, 헛깨비를 본 듯 정신이 혼미했다. 엄마가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 주신다.
“토요일인데 어째 이래 늦게 왔어. 어디 갔다 오나?”
엄마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차려 놓은 밥상에 고개를 박고 된장으로 밥 한 그릇 비웠다.
“전화라도 하고 오지”
그제야 모기만한 목소리로 겨우 한마디하고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만큼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품안에서 젖 먹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따뜻한 눈빛이다. 여인으로 가장 행복한 순간도 내 품속에서 새록새록 잠든 아기를 앉고 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우리들의 영원한 믿음이며 필요가 아닌 인연으로 자석처럼 한없이 끌어주는 어머니라는 이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며 존재만으로 충분한 우리들의 천국이다.
이윤영(달성군 화원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