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일대는 요즘 아파트와 같은 주거시설뿐 아니라 상업 시설 건물을 짓고 있는 곳이 많다. 많은 공사현장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는데 다른 현장과 달리 공사장 외벽에 갖가지 사진이며 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공사장 외벽이 워낙에 넓어 사진도 거대한데다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속에 위치하여 지나다니는 주민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공사현장은 건설 작업으로 인해 소음이나 먼지 등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는 애물단지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6m에서 크게는 8m에 달하는 공사장 펜스에 대구에서 가볼 만한 관광지 사진을 크게 인쇄하여 보여준다거나 불조심이나 안전사고 예방법과 같은 공익광고를 나타내 사회적으로 유익한 기능을 하도록 한 것이다.
공사 기간이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4년이 걸리기도 하니 향후 몇 년 동안은 시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미적 공간으로 그 자리를 지키게 된다. 컬러 구성 또한 주변의 지형지물을 고려해 눈에 크게 띄지 않는 차분한 색으로 하고 있으며 대구시의 여러 공공기관에서 하는 일을 설명하는 안내판과 대구의 특산물을 나타낸 사진은 교육적으로도 효과가 있어 보인다. 특히 학생들의 미술 작품을 여러 점 설치하여 공사현장 바로 앞에 위치한 신월초등학교 학생들이 정문을 이용하며 볼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보다 더 큰 전시공간과 그림 크기가 있을까 싶다.
공사장 먼지와 기타 소음을 줄이기 위해 펜스는 꼭 필요하며 나아가 공사현장으로부터 행인을 지키는 안전벽의 역할도 겸한다. 거기다가 이제는 도심 속 거대한 ‘하얀 도화지’ 역할까지 하니 혹시나 지나가다 그림이나 사진이 인쇄된 펜스를 보면 발길을 멈추고 한 번쯤 눈여겨보는 게 어떨까 싶다.
이원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