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점차 단풍으로 물들어 가을색이 짙어져 가고 있다. 어느 때 보다도 산행하기 정말 좋은 계절이 왔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서둘러 가을 산행을 떠나가 보자.
크고 이름 있는 산이 아니라도 좋다. 굳이 무거운 등산 가방에 이것저것 챙길 필요도 없다.
가벼운 마음과 옷차림으로 물병하나만 들고 가을 산행을 즐겨보자.
달서구에 위치한 궁산. 250.9m의 나즈막한 산으로 금호강을 끼고 성서계명대학교 뒤편으로 이어져 있는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의 아기자기한 산이다.
궁산은 ‘산 모양이 활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등산로 입구는 크게 세 군데로 지하철 2호선 강창역에 위치해 있는 이락서당이나 유쉘아파트를 경유해 올라가는 곳과, 계명문화대학교 보건관을 통해 올라가는 곳 그리고 계명문화대 옆에 위치한 한화꿈에그린 아파트를 경유해 올라가는 곳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등산코스는 강창역 이락서당에서 시작해 계명문화대 보건관에서 마치는 코스와 반대로 계명문화대 보건관에서 시작해 강창역 이락서당에서 마치는 코스를 많이 선호한다. 산행 시간은 2시간에서 2시간 30분 내외의 그리 길지 않은 시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산행이 될 것이다.
궁산 등산로는 높은 경사진 구간들은 통나무로 만든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어 힘들지 않게 계단타기만으로 올라가거나 내려올 수 있으며 능선길 평지 구간은 평평하게 걷기 좋은 흙길로 다져 놓아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무난히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정비가 잘 되어있다. 그리고 등산로 요소 3곳에는 등산객과 주민들이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어 산행 중간중간 몸을 풀어 주는 용도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 높지 않은 작은 산이지만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만은 여느 유명한 산 못지않을 만큼 가슴이 확 트이는 시원함을 맛볼 수가 있다. 산 정상에서는 다사와 성서의 전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여타 유명한 큰 산들처럼 볼거리나 즐길 거리는 많지 않은 산이지만 궁산에는 지역 주민들만이 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healing point 이자 killing point가 있다. 그곳은 이락서당 등산로 입구에서 시작하는 금호강변 절벽능선으로, 금호강변을 따라 약500m 정도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이 능선길은 걷다보면 여느 등산로와 똑같아 보이지만 옆으로 서너 발자국만 걸어가면 깎아지른 듯 높은 절벽위에 펼쳐지는 금호강의 유유한 물결과 넓게 펼쳐져 한 눈에 들어오는 강 건너 다사면의 전경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 될 화려한 풍경을 자랑한다.
기자 또한 절벽 능선길의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절벽 쪽으로 호기있게 다가섰지만 정말 까마득한 높이의 절벽 길이에 순간 멈짓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형용할 수 없는 풍경에 이내 마음의 평온을 찾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어쩌면 동네 뒷산 정도로 치부될 궁산의 숨겨진 매력인 절벽능선길이 없었다면 기자 또한 과감히 기사를 쓰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절벽능선에서 받은 감동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깊어져만 가는 가을의 정취와 함께 궁산 절벽 능선길을 걸으며, 기자가 느꼈던 감동의 시간들을 경험할 수 있는 추억을 쌓는 산행을 해보기를 권한다.
김재훈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