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근무하는 정은숙(46세)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등산 마니아이다.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발에 가시가 돋친다고 농담하는 그녀는 퇴근 후 매일 10km 걷는 건 기본이고 주말이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등산을 한다. 정씨가 소개하는 우리 동네 명품산행이 있어 함께 따라 나서 보았다.
오늘 등산코스는 대구수목원에서 시작해서 삼필봉 옆구리를 돌아 청룡산 찍고 달비골로 하산하는 총 15km 코스. 원래는 비슬산에서 시작해서 앞산 고산골로 하산하는 앞비 종주를 하고 싶어 했으나 기자의 체력을 감안하여 많이 배려해준 코스라는데 여기도 절대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수목원에서 수밭고개로 올라서는 1차 오르막길이 힘들고 수밭고개에서 청룡산으로 이어지는 2차 오르막을 오를 때는 온몸이 땀범벅이 되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배방우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가까이는 월광수변공원, 멀리는 비슬산과 낙동강까지 조망) 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그동안의 고생을 한방에 날려 버린다. 준비해 온 얼음물과 떡으로 요기를 하면서 세상풍경을 발아래 두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오늘 등산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청룡산에서 달비고개로 이어지는 소나무길은 트레커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자자한 명품 트레킹 코스다. 오래된 수령의 쭉쭉 뻗은 소나무가 사열하듯 늘어서 있는 이 아름다운 길을 걸으니 코로나 블루는 땀과 함께 증발해 버리고 짜릿한 성취감과 행복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달비골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고 다 내려와서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하니 등산의 피로가 싹 풀린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실내운동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고 바깥활동도 여럿이 같이 하는 활동은 부담스러워졌다. 이럴 때 나 홀로 등산은 자동 비대면 활동이 된다. 대구는 팔공산과 앞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갖고 있다. 무더위도 한풀 꺾였으니 최고의 비대면 활동으로 청룡산으로 고고~~
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