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에 사는 조수환(84) 할아버지는 오래된 취미이자 습관이 있다. 이제까지 시중 콩나물을 한 번도 사지 않고 직접 콩나물을 길러 드신 것.
마트에 가면 종류별로 콩나물을 저렴하고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요즘 평생 콩나물을 길러 드셨다는 할아버지의 정성과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
코로나로 외출이 어렵던 지난 몇 달 동안 독거노인들을 위해 콩나물 키우기 키트가 유행했었다. 혼자 계신 노인 분들에게 좋은 소일거리가 되고 코로나 블루도 예방하고 건강도 챙기는 인기 아이템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유행했지만 난 평생 손수 길러 먹었거든. 내 건강비결은 바로 이 직접 키워 먹는 콩나물 덕분이지.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몰라”며 직접 길러 먹는 콩나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거창한 콩나물시루도 필요 없다고 하시면서 직접 만든 콩나물시루를 보여주신다. 다 쓴 페트병을 반으로 자르고 불에 달군 송곳으로 물구멍을 충분히 낸 후 양옆에 끈을 달았다. 그리고 싱크대 수도꼭지 위에 걸어두면 오며가며 물주기도 편하고 배수도 편리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만드신 콩나물시루의 핵심 포인트는 페트병 한 쪽을 세로 길이로 깊게 잘라 놓은 것.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는데 그 진가는 금방 확인되었다. 다 키운 콩나물이 시루에 꽉 차게 되면 엎어서 꺼내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잘라놓은 옆트임을 벌려주면 손쉽게 콩나물을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다. 작지만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
주변 이웃에도 많이 나눠 주었다면서 기자에게도 하나 건네는 노부부의 선물을 받고 보니 이미 건강해진 느낌이다. 긴긴 장마로 채소 값이 금값이 되어 버린 요즘 직접 길러 먹는 콩나물로 건강도 부식비도 살뜰하게 챙겨보자.
서순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