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문화유적 탐방] 101. 조씨네 며느리 부처가 되다, 부덕불(婦德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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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6]

1) 프롤로그


우리 고장인 달성군 논공읍 노이리(蘆耳里)는 북쪽으로는 달성군청 뒷산인 금계산과 남쪽으로는 약산 사이에 끼어 있는 골짜기마을이다. 골짜기 초입에서부터 돌끼·연화정·중말·갈실 등의 마을이 있는데, 이중 가장 안쪽 마을이 갈실이다. 갈실은 예로부터 갈대가 많아 갈대골·갈실이라 불렀으며 이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 노곡(蘆谷)이다. 금계산과 약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노이리에서 금포천을 이뤄 북서쪽 금포리로 흘러 낙동강에 합류한다. 노이리 중심에는 금포천이 만들어 낸 제법 큰 저수지가 하나 있다. 갈대와 기러기가 노닌다하여 노홍지(蘆鴻池)다. 이 노홍지 상류 길가에 부덕불이라 불리는 기이한 석상이 하나 있다. 돌을 깎아 만든 여인상 하나를 세워두고 ‘부처 불’ 자를 붙여 부덕불이라 이름 한 것이다. 여기에는 한 여인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2) 부녀자가 갖춰야 할 덕, 부덕(婦德)


부덕이라는 말은 여인이 지녀야 할 덕행을 말한다. 『명심보감』 「부행편」에는 여인이 갖추어야 할 4덕인 ‘부덕·부용·부언·부공’에 대한 내용이 있다. 부덕은 마음이 맑고 곧으며 청렴하고 절제하며, 분수를 지켜 몸가짐을 가지런히 하고, 행하고 멈춤에 부끄러움이 있고, 움직이고 조용함에 법도가 있는 것. 부용은 옷차림과 몸을 정결하게 하는 것, 부언은 예의에 어긋난 말은 하지 않고 말을 꼭 해야 할 때 말하는 것, 부공은 부지런하고 좋은 맛으로 손님을 잘 접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 4가지 덕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부덕’일 것 같다. 과거 열부·절부·효부 등으로 정려에 오른 여인들은 하나 같이 부녀 4덕 중 부덕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3) 노이리 부덕불


아래는 ‘갈실못과 부덕불’이라는 제목으로 전해져오는 노이리 마을전설이다.


200년 전 이곳 갈실에는 함안조씨들이 많이 살았다. 함안조씨 어느 집에 부덕·부용·부언·부공 4덕을 고루 갖춘 며느리가 있었다. 어느 날 마을에 돌림병이 돌아 조씨네 며느리는 시부모와 남편을 모두 잃었다. 유산은 넉넉했지만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자식조차 없는 탓에 며느리는 하루하루 힘든 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해 이 지역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조씨네 며느리는 집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인 은거울을 내놓고 고을수령에게 부탁해 동네에 큰 못을 파게했다. 못을 거의 다 팠을 즈음 못바닥에서 큰 돌이 하나 나왔다. 그 돌을 들춰내고 못바닥을 더 파려는 순간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그때였다. 어떤 이가 와서 방금 조씨네 며느리가 죽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마을사람들은 조씨네 며느리의 선행에 하늘이 감동하여 비를 내려준 것이라 믿었다. 며칠에 걸쳐 계속된 폭우로 못에는 물이 가득 찼고 그해 마을에는 풍년이 들었다. 마을사람들은 그때 판 못을 갈실못이라 이름하고, 못바닥에서 나온 돌에다 조씨네 며느리의 모습을 조각해 ‘부덕불’이라 이름 붙였다. 이 못에는 물구멍이 두 개가 있는데 못물을 빼기 전에 반드시 부덕불에 제사를 지내야 했다. 만약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구렁이가 물구멍을 막아 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갈실못은 지금의 노홍지요, 부덕불은 못 옆 산기슭에 있다.


현재 노홍지 상류 길가에 서 있는 노이리 부덕불은 위 전설에 나오는 그 부덕불은 아니다. 1998년 5월 26일, 오리지널 부덕불은 문화재절도범에 의한 도난사고를 당해 지금까지도 그 소재를 알 수 없다. 그런 와중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난 2013년 달성군 개청 100주년을 맞아 ‘달성을 빛낸 역사적 인물 27인’을 선정할 때, 부덕불의 모델인 조씨네 며느리가 선정된 것이다. 이에 2015년 3월 3일, 달성군이 나서 새 부덕불을 제작해 지금의 자리에 다시 설치한 것이다. 본래 부덕불이 서 있던 위치는 지금의 위치가 아닌 노홍지 못둑 북편 마을공동산기슭이었다. 도난당하기 1년 전인 1997년 발간된 『달성군문화유적지표조사보고서』는 노이리 부덕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부덕불은 수성암 계통의 돌로 서툴게 다듬었는데다 안면의 마모가 심하고 홀(笏)로 여겨지는 물상을 맞잡고 있는 형상이 언뜻 보면 묘 앞의 문인상 같이도 보이지만, 모(帽)의 형태나 옷주름, 얼굴 표정에서 고졸한 부인상으로 여겨진다. (중략) 크기는 높이 97㎝, 폭 66㎝, 머리 높이 34㎝, 머리 폭 25.5㎝  

      
4) 미륵신앙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미륵불 정도는 알고 있다. 미륵불은 미륵부처 혹은 미륵보살을 지칭한다. 불교에서는 성불한 존재를 부처라 한다. 부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석가모니부처 외에도 시공간계를 통틀어 많은 부처가 존재한다. 미륵불은 그 많은 부처 중 한 분이다. 그런데 미륵불은 좀 특별난 데가 있다. 삼국·통일신라·고려·조선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온 인기 최절정의 부처님이라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는 전국 방방곳곳에 미륵불이 없는 데가 없다. 심지어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돌기둥이나 돌덩이를 보고도 미륵불이라고도 하니 말이다. 미륵신앙은 크게 2가지 계통이 있다. 하나는 다음 생은 현재 미륵이 머물고 있는 도솔천에서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것이고[上生], 다른 하나는 석가모니 입멸 후 56억 7천만년 뒤에 이 세상에 올 것이라는 미륵불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원하는 것이다[下生]. 아미타신앙이 미래·극락에 대한 신앙이라면 미륵신앙은 미래를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고자 하는 신앙이다. 그런 만큼 미륵불은 중생들로부터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5) 에필로그


전설 속 인물인 조씨네 며느리를 모델로 한 노이리 부덕불. 여자는 여자이되 엄마이자 며느리를 우리는 특별히 부녀자라 한다.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한 것이 있을까 근심하는 우리네 엄마와 며느리. 한자문화권에서는 관세음보살을 대비보살, 미륵보살을 자씨보살(慈氏菩薩)이라 칭한다. 끝없는 자애심의 화신이 곧 미륵불이요, 엄마요, 며느리인 것이다. 중생의 짧은 생각에 아무래도 노이리 부덕불은 미륵불의 화신인 것 같다.


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 e-mail: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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