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_김형범

입력
[2018-10-08]

나뭇잎에 멍이 들면 고향 집에 간다.

안방에도 사랑방에도 부엌에도 아무도 없다

외양간 누런 암소 마루밑 꼬리치던 강아지도 없고

장독대 항아리 만 무심하게 앉아있다

 

장에 가셨던 술 취한 아버지

금방이라도 불쑥 대문을 밀치고 들어 올 것만 같다

어린 것들 멍에를 지고 벼랑길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아버지

그 등에는 늘 땀이 눈물처럼 젖어있었다

 

아버지가 왜 술을 그리 좋아하였는지

왜 그리 잠이 없으셨는지

나도 아버지 쓰러진 나이되니 알 것 같다

 

돌아갈 수 없는 그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그곳에

가을볕만 아버지같이 내린다.



☞ 2011년 ‘사람과 문학’ 등단
     대구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국제펜문학회, 시.13 동인



푸른신문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