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요 그 세월을 우에 살았능교?_제6화 우리시절의 놀이 문화 Ⅱ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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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따뜻한 봄 햇볕이 내려쬐는 풀밭에 동네여자아이들이 모였다. 풀밭에는 여러 가지 풀과 꽃들이 숨어 있다.
아이들은 각각 흩어져 여러 종류의 품을 한 웅큼씩 꺾어 쥐고 모였다. 누가 풀 이름을 부르며 한 가지 풀을 내 놓으면 다른 아이들도 같은 종류의 풀을 내 놓는다.
이렇게 해서 제일 많은 종류의 풀을 뜯어 온 아이가 일등을 하는 것이다.
또다른 놀이로는 풀이슬 따 먹기인데, 풀줄기를 끊어 훑으면 수액 방울이 나온다. 이것을 서로 부딪히면 장력에 의해서 한쪽으로 옮아 붙는데 물방울을 뺏긴 아이가 지는 것이다.
이외에 풀잎과 풀줄기, 풀꽃을 잘 엮어 여러 가지 장식품을 만드는데 예쁜 풀각시도 만들고, 풀꽃 반지도 만든다.
풀피리는 속이 빈 풀줄기의 한쪽 끝을 잘근잘근 씹어서 리드(Reed)처럼 불면 고운 소리가 나는데 아무래도 버들피리 만큼 힘찬 소리는 안 난다.
그밖에 풀줄기를 서로 걸어 당겨 끊는 놀이도 있고, 가위 바위 보로 이기는 사람이 풀잎을 한잎씩 따내는 놀이도 한다. 똑같은 수의 잎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먼저 다 따내는 아이가 이긴다.
냇가 모래밭에 나온 아이들은 깃대세우기와 두꺼비집짓기, 가락지찾기 같은 재미난 놀이가 또 있다.
여자 아이들은 깊은 물에는 들어가지 않고 물가를 맴돌며 다슬기나 줍고 물방게, 소금쟁이, 물매미 같은 것을 잡아 고무신 짝에 담아 갖고 오기도 한다.

그러나 여자 아이들이 너른 마당에서 끼리끼리 모이면 노는 모양이 확 달라진다. 땅바닥에 금을 그어 놓고 사방치기 놀이를 하거나 고무줄넘기, 공기놀이, 땅따먹기 등을 하는데, 공기놀이는 맨처음 ‘수집기’, ‘기등박기’로부터 시작하여 ‘알놓기’, ‘알품기’, ‘알까기’, ‘내리기’, ‘솥걸기’, ‘불때기’ 등의 절차로 진행하는데 공기돌은 기와장을 갈아 만든 것이 가장 좋다.

사내 아이들이 산천(山川)에 나가 노는 모습은 또 다르다. 물가에 서면 우선 납작한 돌을 주워 물 수제비 뜨기를 하고, 좁은 도랑에서는 흐르는 물을 막아 갇힌 물을 퍼내고는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데, 미꾸라지를 찾다가 진흙구덩이 속에 든 뱀장어를 쥐고는 놀라 혼겁을 하기도 한다.

여름 더운 날 비가 그치면 온 동네 아이들이 마을 앞 연못으로 모인다. 잠자리(철갱이)를 잡는 것이다. “오다리 청청 암놈이다 붙어라” 막대끝 실에는 암놈이 묶여 있고 수놈이 따라와 덮치려다 빗자루에 눌리고 만다.
아이들은 이렇게 잡은 철갱이를 동생의 열손가락 사이에 끼워 보관하지만 너무 많이 잡으면 딴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집에까지 가져 오지만 칭찬하는 식구는 아무도 없다. 잘못하여 떨어뜨리면 마당에 놀던 병아리들에게 좋은 일만 시킨다.
마을앞의 이 연못에서 겨울철이 되면 아이들이 앉은뱅이 스케트로 얼음지치기를 하며 노는데 잘못하여 미끄러지고, 물에 빠지고 하면 입었던 핫바지(솜을 넣은 바지)를 적시게 된다.
불을 피워 말리는데 어쩌다가 핫바지에 불이 옮겨 붙는 경우도 있다. 아이는 놀라 울고 여러아이들은 불을 꺼주지만 태운 바지가랑이 때문에 집에 가서 즈그 엄마한테 두들겨 맞고 밤에 잠자다가 오줌도 싼다. 이튿날 아침에 뒷집으로 칭이(키, 챙이) 쓰고 소금꾸러 심부름갔다가 또 맞고 놀라고, 여하튼 운수 재수 없는날은 연이틀간 죽을 수난을 겪었다.

여름한철 농촌에서는 모심기와 아시 논메기가 끝나면 조금 한가한 철이 있다.
나무그늘에서 코를 드렁드렁 골며 낮잠자는 사람, 마주앉아 장기를 두는 사람, 한쪽 구석에서 아이들이 둘러앉아 꼰(고누)을 두는데, 이꼰에는 샘꼰과 호박꼰, 니벡이(밭고누) 그리고 파랭이꼰(물레고누), 제일 많이 두는 참꼰(곤질고누) 등이 있다.
한낮 불볕 더위가 좀 식으면 아이들은 또 소먹이러 가야 한다.
소먹이는 풀밭에서 아이들은 뜯어 모은 소꼴을 걸어 놓고 낫꽂기를 하는데, 한 망태를 다 잃고만 아이는 혼자서 다시 꼴을 베어 모아야 한다.
아이들은 심심하면 곤충싸움도 붙이는데 투곤중에는 소똥구리 싸움이 제일 재미있다.

사내아이들 놀이는 아무래도 사행성이 조금있는 경쟁하는 놀이가 많이 있다.
구슬치기, 못치기, 총알치기(소총탄피), 딱지치기 등이 있는데 구슬은 보통 크기의 유리 구슬과 왕구슬이 있고, 쇠베아링 구슬도 있다.
구슬 따먹기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뎅까이(展開)라고 하여 조금 절차가 복잡한 놀이가 인기 있었다.
공부는 남 만큼 못해도 이 구슬치기나 딱지치기에는 남다른 재주가 있어 챔피언급인 아이가 하나 있었다. 얼마나 잘 하는지 한상자 가득 따 모아 숨겨뒀다가 자기 아버지에게 들켜 다 버려졌지만 그 아이는 마음만 먹으면 이 삼일내로 또 그만큼 따 모을수 있었다.
2치기, 3치기라는 도박성이 강한 따 먹기도 있는데 남의 속을 훤히 들여다 보고 하는 듯이 이 아이는 백전 백승이었다. 그때는 모두가 그 아이를 부러워 했다.
조금 더 어린 코 흘리개 아이들은 노는 장난감이 달랐다. 콩딱총 이라는 것인데 대나무로 만들어 콩알을 넣으면 제법 따끔하게 아프다.
활도 쏘는데 화살은 수수대로 만들었다. 잘 맞히지도 못한다.
이런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은 그집 형이나 아제가 만들어 주는데 자라는 아이들에겐 훗날 좋은 추억이 된다. 언덕에 올라 연 날리고, 팽이 돌리고 재기차던 시절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것이다.

겨울밤에도 호롱불 밑에 모여 앉아 오순도순 얘기하며 수리치기(수수께끼)내고, 무서운 도깨비 얘기도 듣고, 실뜨기, 그림자놀이, 꾸리맛때 놀이도 하고 물김치 떠다 건져먹고, 왜지름(석유) 닳는다고 불끄고 일찍 자라는 어른들 말에 불끄고도 킬킬거리며 얘기하던 기억들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이제는 모두가 세월에 실려 가버린 옛 얘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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