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0대 중반의 한 여성이 내원하였다. 내원 전부터 별다른 이유는 없는데 식욕이 없고, 식은땀이 나고, 몸에 열이 나면서 무기력하다고 하였다. 피곤하지만 잠도 잘 못자고, 가슴도 답답하며, 소화도 잘 안 된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 특히 그 분은 1년전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에 불안감이 더해지고 증상이 심해졌다. 본원에서 진찰 이후에 ‘화병’이라고 진단을 하고 치료를 하고 있다.
위 경우처럼 과중한 업무와 복잡한 사회생활로 인해서 스트레스가 쌓여 화병을 앓는 현대인들이 많다. 과거에는 가부장적인 생활 방식에 억눌려 살면서 중년여성들이 주로 화병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평범한 직장인이나 청소년,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고 스트레스를 참아야 하는 남성 환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화병으로 병원을 찾는 20~30대 환자는 50%이상 증가하였다. 이중 남자환자들도 많이 증가하였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고, 이를 통해 일상생활이 힘들정도로 억눌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진료를 통해서 소아, 청소년까지 연령층이 낮아지고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걸 좋지 않게 생각하고, 경쟁이 치열하며, 참는 것을 강요하는 사회분위기가 원인으로 파악이 된다. 화병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울화, 불면, 우울 등 정신적 증상 뿐만 아니라 척추 관절의 신경통, 소화불량 등 신체기능에도 이상이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 억울함과 분한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화로 분출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화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오랫동안 쌓이면 우울증과 불안증, 갱년기 증상,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불편함과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등 신체적인 증상이 섞여 나타난다.
화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가슴 답답함, 한숨, 건망증, 두통, 어깨통증, 목통증, 눈의 피로 등이 대표적이다. 속이 더부룩하고 집중력, 판단력, 기억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눈 밑이나 손이 떨리기도 하고 무기력해져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진다. 문제는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다. 화병을 방치하면 고혈압, 심장병, 대사기능장애, 비만의 원인이 된다. 뇌졸중, 간경화, 고지혈증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화병을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화병의 한방치료는 스트레스로 인한 화(火)를 다스리고 기혈이 막혀 있는 부분을 풀어 심신의 평온과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체질과 근본원인을 살펴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는 기본이다.
한방치료에는 한약과 침, 약침, 봉침, 뜸, 추나요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한약은 개인 체질과 증상에 맞게 처방해 기의 순환을 돕느다. 침은 신체 경락과 국부 조직을 자극해 화병이나 척추와 관절 통증 개선에 탁월하다.
화병은 발병 초기에 빨리 치료하면 치료효과가 매우 높다. 예방도 중요한데 화병 예방에는 스트레스 관리가 최선의 방법이다. 일상생활 중 명상이나 등산, 음악 감상 등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나 취미생활로 정신적인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의 건강을 기원한다.

대실한의원 임해원 원장

■ 대표약력
   전) 대구자생한방병원 진료 원장
        한방내과 전문의
   2014~ 현재. 네이버 지식인 상담한의사
   2016. 네이버 지식인 상담한의사 1위